등돌리고 앉은 김이배·최종구…M&A 파기 수순 앞두고 불편한 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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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7-2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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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무산 위기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불편한 동석을 했다. 지난 16일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의사를 밝힌 뒤 첫 만남이다. 

22일 오전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이사,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조규영 에어서울 대표이사 등 저비용항공사(LCC) 사장단은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오는 8월 말 종료되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을 위한 건의서를 전달했다.

회의가 시작되기 5분 전 송 위원장실을 찾은 김 대표와 최 대표는 공교롭게도 옆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단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최 대표와 비스듬히 등을 돌리고 앉아 문서를 살펴봤고, 최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스타항공이 수차례 제주항공에 계약완료를 위한 대화를 요청한 이후 첫 만남이다. 당장 2000여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은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지만, 제주항공은 만남에 응하지 않았다. 250억원가량의 체불임금을 포함한 1700억원대의 미지급금 이행 가능성을 문서로 보증하라는 것이다.

회의를 마친 뒤 나온 최 대표는 "제주항공 김 대표와는 인수합병 해제 의사를 밝힌 뒤 첫 만남인데 그냥 인사만 나누고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며 "오늘은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요청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아직 이스타항공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며 "이달 내에 그래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제주항공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김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으로 기획,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김 대표가 사실상 이스타항공 인수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M&A과정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것이 아니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양측의 감정의 골은 양사의 대표가 나눈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점에 달했다.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놓고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맞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는 그나마 남아있던 국내선까지 아예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했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이 과정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조차 신청하지 못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한 바 없다며 부인해온 상황이지만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도덕성 논란은 물론, 향후 법적 공방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전형적인 먹튀 행위'라며 제주항공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직원들만 200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며 M&A가 완전히 무산되지는 않았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수차례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타항공 측은 현재 1700억원대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직원들에게 체불임금 중 일부 반납에 대한 동의를 요청했고, 공항공사에 공항시설 이용료도 감면요청했다. 또한 정유사와 리스사에 유류비와 리스료 등 미지급금을 놓고도 협상 중이다.

정부도 인수합병이 마무리돼야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M&A가 종결돼야 정책금융 지원이 될 것"이라며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좌)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22일 오전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마주했다. [사진 = 김해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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