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반전, 시장에 답 있다] 주 52시간제에 울고, 법인세에 움츠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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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7-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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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52시간 근무제, 업종·업무 특성 고려 없어..."보완책 필요"

  • 법인세 OECD 36개국 중 6번째로 높아..."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

#바이오 업계에 근무하는 A씨는 마음이 조급하다. 전 세계로부터 'K-방역'이 호평을 받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주 52시간 한도 내에서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재량 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다지만, 연구개발이라는 특성에 맞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경기 부진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며 기업들이 휘청이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책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배경이다.

재계에서는 산업의 특성과 작업장 현실 등을 고려해 탄력적인 근로시간제와 연구개발 분야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스크 생산공장에서 포장업무 중인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지금 당장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로 숨통을 틔우고 있다. 이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1년에 최대 90일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910건이었다. 올해는 넉 달 만에 지난해 1년 치 인가 건수를 추월했다. 올해 1월 31일부터 일시적 업무 급증, 연구개발 등 경영상 사유에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한 영향이다.

상황이 이렇자 고용노동부는 상반기 사용 일수에 상관없이 하반기에 90일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주52시간제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제는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정책 중 하나인데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특별연장근로 허용 범위 확대에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까지 이어져 사실상 52시간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꾸준히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도 기업엔 부담이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원(16.4% 인상)을, 경영계는 8410원(2.1% 삭감)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872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130원(1.5%) 올랐다.

이는 32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폭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고려한 결과다. 팍팍한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 기업들은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지난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연합뉴스]

기업들은 법인세율 인하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법인세율은 최고 27.5%에 달한다.

우리나라 법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9번째로 높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G7)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평균 5.4% 포인트 인하한 것과 대조된다. 경쟁국에 비해 높은 법인세율은 자국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인식에서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하고, 기업이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법인세 최저한세제'를 폐지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법인세율 인하는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율을 4% 포인트 낮추면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이 414억 달러(약 50조원)로 늘어 고용 증가 효과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인상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면서 "정부가 민간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정책은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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