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핵폭탄 투하?"...홍콩 페그제 존치 놓고 시름 깊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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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7-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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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백악관, 금주 對중국 제재안 발표할 듯..."선택지 많아도, 대단한 것 없어"

  • 홍콩 페그제 폐지 논의했지만, 다수 반대 직면..."금융시장 후폭풍 감당 못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효과적인 대(對)중 제재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부가 홍콩 페그제를 약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연일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허브인 홍콩을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페그제를 제외하고 막상 홍콩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어 미국 정부의 고민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홍콩 제재 관련 추가제재 발표할 수도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백악관에서 홍콩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번 주(13~19일) 초반 다시 회동해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후 미국 정부가 대(對)중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 파기 △페그제를 비롯한 홍콩 특별대우 박탈 △무역 규제 △미국 방문 제한 등의 제재 방안을 시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현재까진 중국 관료들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금융거래 제한과 전략적 물품의 수출 제한만 추진한 상태다.

특히, WSJ은 이날 일부 국무부 고위 관료들이 홍콩의 금융허브 위상 약화를 위해 홍콩달러 페그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했지만, 다수의 경제 관료들이 적어도 당분간은 이를 시행하지 말자며 일축했다고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한 상태에서 주요 금융허브를 공격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페그제 무력화를 위해서는 홍콩 시중은행에 미국 달러화 매입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이 미국 정부의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이는 홍콩달러화의 운영 근간을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홍콩달러는 HSBC·스탠다드차타드·중국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이 발권하고 이를 중앙은행 격인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미국 달러화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를 통해 미국 달러당 7.8(7.75~7.85)홍콩달러의 가격을 유지하는 일종의 고정환율제도인 홍콩달러 페그제가 유지된다.

해당 제재로 페그제와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는 무너질 수 있다. 대신 홍콩발 국제 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와 서구 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미국 달러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핵 옵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CNBC는 12일 전했다. 

싱가포르 은행인 DBS 애널리스트들은 "홍콩은 세계 3위의 외환중심지이며, 국제금융중심지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스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서 "미국이 홍콩의 달러 구매 접근을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홍콩은 물론 중국이 가진 풍부한 달러 외환보유고 때문에 미국의 달러 구매 금지는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NZ은행의 레이먼드 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과 중국의 중앙은행은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외환보유고는 4400억 달러에 달하며, 중국 역시 6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조1120억달러에 달한다. 때문에 미국이 의도하는 달러 가뭄으로 인한 타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페그제 약화 외에 대안 모색 중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는 대중 제재 방향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현재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할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WSJ은 전·현직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이 내놓은 방안은 매우 제한적인 조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면서, 유력한 다음 제재 방안으로 홍콩과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 철회와 중국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제재 등을 꼽았다.

실제 최근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등 백악관 핵심인사들은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틱톡 때리기에 열을 올리며 관련 조치가 임박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선 작년 제정된 미국 홍콩인권법을 바탕으로 한 기존 조처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역임했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폴리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 정부는 중국에 타격을 줄 제재 방안을 찾고 있지만, 자기 발등을 찍는 제재는 원치 않는다"면서 "많은 선택지가 있겠지만, 그 어느 것도 대단한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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