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현금화 도래하는데'...한·일, 혐한문서로 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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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7-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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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은 거짓말이 만연"...日기업 혐한문서 논란

  • 日기업 현금화 임박..."재일교포 대상 범죄 우려​↑"

한국과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로 충돌하는 가운데 일본 민간기업의 혐한문서 논란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양국은 내달 4일부로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매각(현금화)이 가능해지고 같은 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조건부 연장 종료를 앞뒀다.

한국 법원이 현금화 작업에 착수할 경우 일본 정부는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양국 상황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또 다른 갈등 변수가 떠오른 셈이다.

특히 한·일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입국제한 해제 과정에서 매번 잡음을 내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지방법원) 사카이(堺)지부가 이달 2일 선고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판결문(사본)에 후지주택이 사내에 배포한 문서의 내용이 열거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은 거짓말이 만연"...日기업 혐한문서 논란

13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업체 후지주택은 우익 성향 교과서가 채택되도록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지 언론이 설문조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의혹은 이후 재일 한국인 여성이 이 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이마이 미쓰오(今井光郞) 후지주택 회장은 지난 2013∼2015년 직원들에게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학교 교과서 전시회에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우익 사관이 담긴 이쿠호샤(育鵬社) 등의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사실상 직원들을 동원해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했다는 얘기다.

이 업체는 직원들이 교과서 전시회에 참석했을 경우 이를 근무로 간주하는 한편, 시간제 근무를 하는 직원에게는 전시회장에 참석한 시간만큼 급여를 지출할 것이라면서 참가를 독려했다.

또한 후지주택은 "한국인은 거짓말이 만연한 민족", "자이니치(재일 한국·조선인) 죽어라", "위안부들의 경우 독실이 있는 대규모 2층 가옥에서 숙박하고 생활했다" 등과 같은 혐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사내에 배포해왔다.

사건을 심리한 오사카지방재판소(지방법원) 사카이(堺)지부는 후지주택이 직원들을 교과서 전시회에 참가하도록 권장한 행위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 재일 한국인 여성에게 110만엔(약 1235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명령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적 조직에서 혐한 문서를 공식적으로 작성한 건 과거에 전혀 없었던 현상"이라며 "상당히 충격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한국 때리기' 정책을 계속 추진해온 영향도 있겠지만 일본 국내에 혐한 감정이 얼마나 확산됐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본 측에 재일한국인 및 동포들의 안전,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지속 촉구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이 일본 내에서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日기업 현금화 임박..."재일교포 대상 범죄 우려"

한·일은 내달 4일부로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매각이 가능해질 예정이어서 이 같은 현금화가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달 1일 일본 전범기업인 피앤알(PNR)을 대상으로 한 압류결정문의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송달 효력은 다음달 4일 0시로 결정됐는데, 이 시점부터 PNR 주식을 강제로 매각, 현금화할 것을 명령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0월 소송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들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기업들이 이를 불이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실제로 현금화가 이뤄지면 이미 1965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은 한·일 관계는 한층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현금화 조치가 이뤄지면 보복 대응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현금화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고 양국 관계가 악화될 경우 같은 달 22일 지소미아 파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양국이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밖도 양국은 WTO 사무총장 선출부터 입국제한 해제까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사무총장에 도전장을 내민 데 대해 일본 경제산업상은 "선출 과정에 확실히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 또한 '유 본부장이 당선되면 일본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동시에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관련 입국 제한 완화의 경우 한국과 중국보다 대만에 대해 먼저 이뤄지도록 지시했다. 자신의 지지층인 국내 보수파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양 교수는 "현금화가 이뤄지면 일본 우파 언론과 우익 세력들의 재일교포 기업을 상대로 한 헤이트스피치(혐오 발언)나 폭력 등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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