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올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가운데 국민의 관심도 다시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월드컵은 스포츠를 넘어 참가국의 문화와 이미지가 함께 주목받는 무대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경기를 보며 나라를 기억하고, 때로는 그 나라를 직접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K팝과 K드라마, K영화는 이미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한국 음식과 관광지, 생활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해외에서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한국에 가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한 관광시장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정부는 외래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제시하며 관광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인구 감소와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광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향은 타당하다.
하지만 관광은 숫자로만 평가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는지는 더 중요하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처음 마주하는 것은 K팝 공연장도, 드라마 촬영지도 아니다.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교통망이고 숙소 예약 과정이며 관광지 안내 시스템이다.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는지, 결제는 편리한지, 늦은 밤에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디지털관광주민증 확대와 지역 미식관광 육성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사업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광객이 실제로 지역을 찾고, 머무르고, 소비하도록 만드는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방으로 향하는 교통망과 숙박시설, 관광 안내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거창한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안내 표지 하나,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 하나, 편리한 교통수단 하나가 관광객의 기억을 바꾼다. 반대로 한 번의 바가지요금과 한 번의 불친절은 오랫동안 부정적인 인상으로 남는다.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이미 많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한국을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일이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한 번 온 사람이 다시 찾게 만드는 경험이다. 월드컵은 언젠가 끝나지만 관광은 계속된다. 외래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말하기 전에, 그 숫자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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