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또 한번의 유료방송 산업의 재편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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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숭실대 교수
입력 2020-07-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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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장은 재편되고 있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은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LG헬로비전(당시 CJ헬로)과 LG유플러스의 결합을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이 진행됐다. 이와 함께 케이블의 유력사업자인 HCN 역시 공개매각을 발표했고, 이동통신 3사의 실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정부 역시 오랜 검토 끝에 '디지털미디어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미디어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단말과 한류 콘텐츠라는 경쟁력을 토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 투자 확대 등을 담은 범부처 합동 전략을 전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특히 미디어 산업의 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플랫폼의 규제 완화를 통해 차별화와 대형화를 지원하고, 콘텐츠 투자를 확대,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의 인프라를 구성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상생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혁신을 위해서 기존의 규제를 완화하고, 인수 합병 활성화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디어 산업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진출과 함께 이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국내 사업자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콘텐츠 수급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운영 효율성이 국내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높아 점차 국내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플랫폼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시의 적절한 대책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더 이상 국내 사업자들에게 시간이 없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미디어 산업 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 및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최근 유료방송 사업자 간 인수 합병을 통해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슈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는 케이블 사업자와의 수평적 결합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마련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들의 경우 거대 미디어 사업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성장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 따라서 방송 부문을 매각해 새로운 성장 목표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매수자 입장에서는 케이블 사업자의 몸값은 비싸다. 그래서 인수 및 합병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케이블 사업자의 잠재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매수 결정을 하기 어렵다. 그러한 점에서 현대 HCN은 방송 부문(매각대상)과 비 방송부문(존속대상)으로 구분해 매각하는 전략을 마련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 방송부문에 대부분의 유보금을 남기고, 방송부문을 분리해 매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매각 대금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돈으로 돈을 사는 비효율을 줄이며, 이동통신 사업자의 매수 목적에 맞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거래를 바탕으로 상호 간의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한결 수월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의 마련을 통해 모두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료방송산업을 떠난다고 해서 미디어 산업을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케이블 사업자 역시 이러한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사업자 간 자율적인 구조개편이 가급적 원활하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말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생태계 발전방안은 플랫폼 분야의 최소규제와 대형화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빨리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재편이 완료되어 전체 미디어 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의 영향력 확대, 디즈니+의 공습 속에 국내 미디어 사업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우리 미디어 시장은 시장에 남은 비효율을 제거하고 하루빨리 재편이 필요하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사진=김용희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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