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 닥친 부동산 삭풍] ①자가당착의 덫에 걸린 靑

김봉철 기자입력 : 2020-07-07 08:00
‘다주택자 참모진’이 ‘다주택자 국민’ 압박하는 상황 다주택자 참모진 12명 가운데 얼마나 매각할지 관심

노영민 비서실장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에 가장 유명한 한 구절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가량 지난 지금 시점에서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 문제로 진퇴양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인지, 자가당착에 봉착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청와대에서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바로 잡겠다고 나서면서 민심이 급격히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6일 정치권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 다주택자 보유자는 12명이다.

이 중에서 수도권 내 다주택자는 △김조원 민정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박진규 신남방·신북방 비서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 등이다. 강민석 대변인의 경우에는 청와대의 매각 권고 이후 청와대에 합류한 케이스다.

나머지 5명은 전국 단위로 다주택자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이슈에 논란을 지핀 노여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해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석종훈 중소벤처비서관 등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수보) 회의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국회도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 관련 입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유동자금은 사상 최대로 풍부하고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은 상황에서 정부는 최선을 다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며, 서민들과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미 작년에 내놓은 12·16대책과 최근의 6·17대책은 물론 곧 내놓을 정부의 추가대책까지 포함해 국회에서 신속히 입법으로 뒷받침해 줘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보면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청와대 참모들에게 ‘수도권 다주택’일 경우 1채만 남기고 매각할 것을 권고했다. 시한은 6개월이 주어졌다.

당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 확대를 필두로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이 나와 시장의 반발이 심해지자, 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을 하자는 취지였다.

이미 시한과 권고를 꺼내놓은 상황에서 매달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알리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최근 재권고에 나서면서 노 실장이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겠다고 해 기준이 모호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노 실장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다주택자는 아니다.

노 실장은 “이 달 안에 처분하라”는 매각 재권고를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솔선수범하겠다고 나섰다가, ‘강남 불패’ 신화를 몸소 실천한다는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서울의 강남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기 때문이다.

노 실장은 “그간 주택을 팔려고 했으나 쉽게 팔리지 않았고 이번에는 급매물로 내놨다”며 “대부분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고 이제는 우리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 외에 장관급 국무위원들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다주택자가 아닌 장관들을 찾기가 더 어렵다.

어쨌든 정부는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 법안 목록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의 다주택자 압박은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과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종부세율 인상과 양도소득세 요건 강화 등 투기성 매매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 강화 법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시켜 오는 9월 초 ‘정부입법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은 뻔한 결과다.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단 집이 보통 서울과 지방, 두 채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느 경우든 비판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면서 “지방 집을 팔 수도, 강남 집을 팔아도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 집을 팔면 노 실장처럼 ‘똘똘한 강남 한 채’ 논란에 일 것이고, 강남 집을 매각하면 얼마에 사서 시세차익을 봤다고 비판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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