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의 불온한 정치] 이낙연 '첫 메시지'…위기의 '與 리셋' 방향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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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정치팀 팀장
입력 2020-07-0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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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전대 앞두고 與 지지율 하락…'文 후광효과 없는' 진검승부

  • '대세론' 이낙연 오는 7일 당권 도전…첫 메시지에 따라 與 운명 결정

  • 세대 넘어 '시대·세력 교체' 플랜 담아야…사실상 대권 도전 메시지

  • 이낙연 대권 고지 핵심 키워드는 'PK, 2040과 60대, 중도층' 확장

  • 李 대표직 걸고 2022년 체제 구상 밝혀야…"구시대 막내 더는 안 돼"

묘하다. 거여(巨與) 차기 당권 구도의 막이 오르기 직전, 고공 행진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꺾였다. 들불처럼 번지는 부동산 대란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끝난 지 석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국민들이 당·정·청에 회초리를 든 셈이다. 전례 없는 여당 압승의 컨벤션효과가 '100일 천하' 근처에서 끝났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문재인 후광효과'는 핵심 변수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여당의 차기 당권 레이스 기간 '친문(친문재인) 직계'나 '진문(진짜 문재인)'이 판세를 뒤흔들 가능성은 한층 작아졌다.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달(Moon)인 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로 결성한 '부엉이모임' 등 친위 조직의 영향력도 마찬가지다.

진짜 승부만 남았다. 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을 둘러싼 게임의 본질은 '위기의 대한민국 호(號)구하기'다. 키워드는 '미래'다. 식상한 구호인 세대교체를 넘어 '누가 세력·시대를 교체할 것인가'만 남았다. '2022년 체제'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첫 메시지가 중요한 이유다. 이 의원이 첫 메시지는 위기에 처한 문재인 정부의 리셋 여부를 가늠할 방향타다.

◆이낙연, 2022년 체제 향한 '액션 플랜' 제시하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황운하 의원실 주최 검찰개혁, 현주소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여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오는 7일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한다. 이 의원의 메시지는 '국가적 위기 대처'와 '책임 있는 여당 운영'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적 위기에 책임 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초유의 거대 여당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플러스알파(+α)가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비상시국이 아닌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는 'C 공포'에 파랗게 질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실물·금융 복합 위기는 '역성장 쇼크'의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 파국열차에 올라탄 남북을 비롯해 북·미 관계도 '안갯속'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내치 갈등은 '민심의 역린'마저 건드렸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향해 "집을 매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부처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5명의 장관(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진영 행정안전부·박능후 보건복지부·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전히 다주택자다.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두 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참모들은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6개월의 시한을 줬지만, 김조원 민정수석과 이호승 경제수석 등 다주택자는 12명(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에 달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골수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마저 청와대 참모진을 향해 "강심장에 놀랐다"고 했을까. 다주택자 참모들의 집 매도를 권한 노 실장은 전날(2일) 서울 강남 반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했다가 45분 뒤 다시 청주 아파트로 정정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청주 유권자 가치가 강남 13평보다 못하나"라며 "그 냉철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힐난했다.

◆"이낙연 '대표직' 걸고 새 시대 장자 돼야"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지난달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 [사진=연합뉴스]


많은 국민이 이 의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로 가득 찬 메시지'가 결코 아니다. 차기 대권 도전 선언문에 준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원한다. 문 대통령의 불호령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5법(소득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주택법·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는 말의 잔치가 아닌, '민주당 이낙연호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적어도 오는 8월 30일 이후 거대 여당이 '당장 착수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부동산 대책 정도는 언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정부가 아마추어리즘에 빠졌다고 판단하면, 당·정·청의 주도권을 거여로 끌고 오시라. 그것이 '코로나 총선'의 민심이다.

20대 대선을 노리는 이 의원에게는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다. 본격적인 전당대회 레이스 전 '문재인 후광효과'는 퇴색됐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 의원으로선 최상의 조건인 셈이다. 문득 5년 전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당권 도전을 선언하기 직전, 친문그룹 핵심 관계자와 한 오찬이 생각났다.

당시 기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문 대통령의 출마 여부. 정치권 안팎에선 '불출마에 베팅'했다. 사지로 통한 민주당 당 대표에서 상처를 입으면 대권 도전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당연히 출마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리더 검증을 받은 적이 있느냐"라며 "만일 실패하면 대선에 출마 안 하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에 이로운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대 총선 직전, 대표직에서 내려왔지만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에 있다.

이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 이유는 △친문 등 세력 확보 △약점인 영남권 공략 △지지율 외연 확대 등이다. 문재인 후광효과가 약해진 현시점에선 2∼3번째가 더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이낙연 대세론→이낙연 대통령'의 키워드는 △부산·울산·경남(PK) 공략 △2040세대와 60대 이상 지지율 회복 △중도·무당층 외연 확장 등이다.

이날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지난 2일까지 자체 조사한 7월 첫째 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PK 지지율은 37%에 불과했다. 21대 총선 직후인 4월 21일∼23일까지 조사해 24일 발표한 4월 넷째 주 PK 지지율은 61%였다. 두 달여 만에 24%포인트나 하락한 셈이다.

그사이 전체 지지율은 62%에서 50%로, 12%포인트나 떨어졌다. 20대 지지율은 7%포인트(57%→50%), 30대 지지율은 15%포인트(70%→55%), 40대 지지율은 8%포인트(72%→64%) 각각 하락했다. 여권이 위기다. 대표직을 걸고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 "구시대의 막내가 아닌 새 시대의 장자가 돼야 한다." 이것이 '이낙연' 이름 석 자에 걸린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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