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영구CB 조건’에 달렸다

이성규 기자입력 : 2020-07-03 10:18
산은 등 채권단, 사모 방식으로 인수...정보 접근 제한 HDC현산, 지분율 희석 우려...일부 투자 상환 요청도

[사진=아시아나항공]

[데일리동방]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표류하고 있다. 정보에 대한 ‘신뢰성 부족’을 주장하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한국산업은행은 충분히 제공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쟁점은 영구 전환사채(CB)인 것으로 관측된다. ‘차익을 노리는 자’와 ‘지분율 희석을 우려하는 자’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두고 전격 회동했다. 하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향후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그간 HDC현산 측은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다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인수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시아나항공 부채 증가와 재무제표 신뢰성 등에 대한 우려 탓이다. 반면 산업은행은 HDC현산에 “입장을 명확히 하라”며 거래를 마무리하는데 초점을 두면서 양측 간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주목할 부분은 HDC현산이 언급한 ‘신뢰성’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공식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인수자가 요청할 때마다 성실히 자료를 제공했다며 반박했다.

HDC현산이 지적한 주요 내용은 ▲내부회계 관리 미흡 ▲반복된 영업손익 정정공시 ▲리스부채에 대한 적정성이다. 모두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만큼 HDC현산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도 향후 문제 발생을 사전에 분명히 차단해야 뒤탈이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체가 난항을 겪으면서 매각 무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과거 산은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고 당시 호반건설이 실사 과정에서 해외 부실을 발견해 인수를 포기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오갔는지 알 수 없지만 HDC현산은 실사조차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영구 CB 사모 발행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 논쟁도 그 연장선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산은 등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을 공급했다. 방식은 영구채 인수 5000억원(1000억원은 2018년 인수), 한도 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LC(신용장) 3000억원 등이다.

이중 영구채는 CB다. 연 금리 7.2%이며 2년 후인 2021년 5월부터는 9.5%로 상승한다. 2022년부터는 국고채 3년물과 2년물 금리차가 추가되는 구조로 아시아나항공이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금리 논란도 있었지만 해당 사채가 사모 발행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입장에서 굳이 공모를 택할 필요가 없겠지만 정보를 독식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어 지난달 30일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등 국책은행을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 영구 CB(연 금리 7.2%)를 사모로 추가 발행했다.

올해 아시아나항공 상황은 작년과 분명히 다르다. 특히 인수합병(M&A)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외부 정보 노출을 꺼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사모 발행을 감안하면 정보 접근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HDC현산은 지난달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구 CB 출자전환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산은 등 채권단이 왜 단순 영구채가 아닌 영구 CB를 인수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유는 단연 차익이다. 산은은 과거 구조조정을 시작한 금호석유화학 CB에 투자해 약 2배가량 수익을 올렸다.

HDC현산 입장에서 단연 가격 조정이 어려운 것도 영구 CB다. 공모와 달리 사모는 금리산정 과정 등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 또 영구 CB는 그 특성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주식 전환 시 HDC현산은 지분율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 안정적 자금회수는 물론 출자전환 차익을 통해 ‘혈세낭비’라는 지적에서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HDC현산은 해당 영구 CB가 고금리인 만큼 빨리 인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출자전환 조건 등이 명확치 않아 혼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사된다면 양측이 영구 CB 출자전환 등에 대한 합의가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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