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개혁하라] ②재정 포퓰리즘 빠져 '페이고' 외면하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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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0-06-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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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차 추경, 관리재정적자 5.8%·국가채무비율 43.5%…사상 최대

  • 전문가 "페이고 원칙 등 재정 건전성 악화 방지책 도입 시급"

  • 민주 "정부 재정뿐 아니라 중앙은행 역할도 고려해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일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재정 포퓰리즘'에 빠져 급격히 악화되는 재정 건전성을 외면하고, 이를 막기 위한 '페이고(Pay-go)' 제도 등 제동장치에 대한 논의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고 원칙이란,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정책 관련 법안을 마련할 때에는 재원 조달 방안이 동시에 입법화되도록 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을 위한 여야간의 협상이 강대강 대치로 계속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위한 '제3차 추경' 의 국회 통과 시기가 멀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차 추경, 관리재정수지 5.8%·국가채무비율 43.5% 등 사상 최대

28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따르면, 이번 3차 추경에는 다양한 진기록이 쏟아졌다. 추경 규모(35조3000억원), 세입 경정(11조4000억원), 적자국채 발행(23조8000억원), 지출구조 조정(10조1000억원) 모두 역대 최대다.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5.8%)은 사상 최대 수준이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돼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2019년도 본예산 기준 37조6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을 거쳐 112조2000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74조6000억원 불어난다. 이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1.9%에서 5.8%로 올라간다.

이 적자 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5% 돌파는 처음이다. 적자 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세 차례에 불과했다.

아울러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43.5%로 올라간다. 올해 본예산 기준 39.8%에서 1~2차 추경을 거치며 41.4%로 올라선 데 이어 3차 추경으로 2.2%포인트가 추가로 올랐다.

이로써 재정 당국이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봐 왔던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0%가 허물어진 셈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경제 전문가 "확장적 재정 필요하나 급격한 재정 악화 막을 장치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할 시기라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을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입 경정 때문에 3차 추경은 불가피했고 코로나19로 추가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 정도 수준의 추경 편성은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40%라는 절대적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속도가 빨라지게 놔둬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현재 속도는 코로나19 대응 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른 게 사실이다. 향후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며, 속도가 더 빨라지면 증세도 포함해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건전성의 급격한 악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페이고 원칙 도입 등 재정 증가 속도의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선진경제전략포럼 회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정책 기조의 올바른 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예산안 제출 때 재원 조달계획도 함께 명시하는 페이고 원칙 등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며 "남유럽과 일본의 사례는 위기 기간 중이라고 마구 재정을 쏟아부으면 곧바로 재정위기가 온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코로나19 위기로 경제가 나빠져 대량기업부도와 대량실업의 위험이 지속하고 있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위기의 터널을 지난 후 곧바로 재정위기가 온다면 더욱 큰 문제이므로 알뜰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도 이날 포럼에서 "재정포퓰리즘이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 중립적 감시기능이 확립돼야 한다"며 "다수의 OECD국가의 의회 예산처, 행정부의 독립위원회 등 다양한 형태의 정치 중립적 감시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지출이 경제 위기 극복을 견인할 동력이라고 강조하며 급격한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양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추경 처리가 정말 시급하다. 3차 추경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에 맞서기 위한 특수 추경"이라며 "3차 추경이 통과돼야 일시적 경영난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58만 명이 일자리를 지키게 되고, 180만 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 55만 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도 지난 15일 '경제 위기 대응 재정지출확대와 재정 건전성 토론회'를 직접 열고 "우리처럼 대외시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나라에선 (세계적)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는다"며 "정부 재정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추경 편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의 확장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설훈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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