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금융시장 개혁] 코로나19, 미·중 갈등 속 금융시장 개혁개방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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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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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등록제, 상·하한가 완화, T+0 검토 등 개혁조치 '우르르'

  • '차이나머니' 유치 안간힘···홍콩도 상장제도 '손질'

최근 중국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미국과의 갈등 고조 속 자본시장 개혁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홍콩 증시도 개혁을 추진하긴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중국 자본시장 투자 매력을 높여 더 많은 외국인을 유치하는 한편,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한층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함으로 풀이됐다.
 

중국증시. [사진=신화통신]


◆ 주식등록제, 상·하한가 완화, T+0 검토 등 개혁조치 '우르르'

최근 중국 정부는 잇단 금융시장 개혁개방 조치를 쏟아냈다. 앞서 19일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상하이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 편입 기준과 종목을 '손질'하기로 했다. 기존의 전통산업 기업 종목 위주로 채워진 지수에 기술주를 대거 편입시키는 한편, 부실기업은 가차없이 퇴출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하이종합지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달에도 상하이거래소는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서 주식을 매입한 당일 되팔 수 있는 당일 결제시스템(T+0) 방식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중국 상하이,선전 거래소에서는 주식 거래후 1영업일(T+1)이 지나야 대금이 결제된다. 전 세계 대다수 거래소에서 T+0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T+0 도입은 더 많은 투자자를 증시로 유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선전증권거래소도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기술 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촹예반(創業板, 창업판, 영문명·차이넥스트) 제도 손질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주식등록제를 실시해 기업공개(IPO)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필요한 서류만 제대로 제출하면 별도의 엄격한 허가 심사 없이 등록절차를 거쳐 바로 상장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벤처기업들이 좀 더 수월하게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주가 일일 상·하한가 한도도 기존의 ±10%에서 ±20%로 확대하고, 상장 후 5거래일 동안은 주가 상하한폭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올 들어 중국 채권시장도 한층 더 개방됐다. 지난 2월 중국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자국 상업은행과 보험사의 국채 선물 거래를 허용한 것이다.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여 국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올초부터는 외국인에게 45조 달러 규모의 중국 금융시장도 활짝 개방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회사가 자국 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장 장벽을 완전히 허문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1월부터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가진 선물·생명보험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이어 4월부터는 외국인의 자산운용사, 증권사 지분 제한도 완전히 철폐했다.  

​베이징 소재 아틀란티스 금융연구소 자오젠 소장은 블룸버그를 통해 "중국 자본시장 개혁 발걸음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금융시장 개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데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직격탄을 입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좀 더 수월하게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차이나머니' 유치 안간힘···홍콩도 상장제도 '손질'

홍콩증권거래소도 상장제도를 손질하는 등 여러 가지 개혁을 단행 중이다. 

특히 개혁의 초점은 중국 본토기업 모셔오기에 맞춰졌다. 홍콩보안법 사태를 둘러싼 미·중 갈등 여파로 글로벌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진 가운데 '차이나머니'를 유치해서라도 금융허브 위상을 놓치지 않겠다는 홍콩 금융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최근 홍콩증권거래소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대상을 벤처기업 법인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엔 기업 법인이 아닌 개인 신분 대주주에게만 차등의결권 주식 보유를 허용했었다. 더 많은 중국기업을 홍콩 증시로 유입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홍콩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기업 법인에게는 허용하지 않아 일부 기업들은 미국 뉴욕증시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 자회사 텐센트뮤직(2018년 12월), 게임 생중계 플랫폼 후야(2018년 5월), 중국 온라인교육 업체 유다오(2019년 10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당시 시가총액은 모두 100억 홍콩달러가 넘었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중국 50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중 42곳의 대주주가 기업 법인 신분으로 나타났다. 이들 42곳 유니콘기업의 전체 기업가치는 5400억 달러(약 655조원)로 나타났다.

만약 홍콩거래소가 이번에 상장제도를 손질하지 않으면 이들 유니콘기업을 또다시 뉴욕증시에 빼앗길 수 있는 셈이다. 홍콩거래소는 지난 2014년 차등의결권 부재 문제로 알리바바라는 '기업공개(IPO) 대어'를 미국 뉴욕거래소에 빼앗긴 아픈 기억이 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현재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31개가 홍콩 증시에서 2차 상장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은 회귀로 홍콩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다시 급부상, 최대 5570억 달러(약 675조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거래소의 중국계 기업 '모셔오기'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엔 홍콩 대표 벤치마크지수인 항셍지수에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기업과 2차 상장기업이 편입할 수 있도록 기준도 변경했다. 그동안 이들 기업은 항셍지수에 포함되지 않아, 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도 편입될 수 없었다.

알리바바, 샤오미, 메이퇀 등 중국 인터넷공룡들이 항셍지수에 편입되면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이 홍콩 증시에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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