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항공산업 메카 ‘사천’] 방치하면 줄초상... “자력 돌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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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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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헬기 참수리. [사진=연합뉴스]


국내 항공 제조업계의 ‘메카’ 경남 사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보잉과 에어버스 등 주요 글로벌 항공업체가 흔들리면서 이들에 주요 항공 제조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이 직격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어도 5년 이상이 필요한 만큼 단계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사천 ‘항공 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있다. 지난달 7일 사천 주요 항공 제조업체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함께 위기의 돌파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발족했다.

황태부 비대위 대표(디엔엠항공 대표)는 “국내 항공 제조업체들이 수주 절벽으로 줄초상을 치르게 생겼다”며 “절망적인 것은 자력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잉, 에어버스 등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악재로 인해 항공기 제작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보잉의 경우 ‘B737 맥스’ 사고로 지난해 생산중단에 들어간 이후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아직도 예전 물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에어버스도 최근 주요 기종인 ‘A320’ 월 생산대수를 50% 축소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컨설팅기업 롤랜드버거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 신규 항공기 납품 대수를 당초 전망했던 2만1760대에서 48% 줄어든 1만1280대로 보고 있다. 특히 민간 항공기 시장은 앞으로 5년간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황 대표는 “경남의 항공 제조산업은 지난해 기준 생산액이 39억5000만 달러로 국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잔업·특근 축소, 유(무)급 휴직 등 자구책 시행 중에 있고 일부 회사는 80%에 달하는 직원이 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회원사 중 민항기 구조물을 담당하고 있는 60개사로부터 올해부터 향후 2년간 약 3000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그 여파가 지역경제에만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들 항공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부품은 항공기뿐만 아니라 한국형 전투기와 헬기 등에도 쓰이고 있다. 경남 항공 제조업계의 붕괴는 국내 방위산업의 경쟁력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황 대표는 “국내 항공 제조업계는 국가 방위산업의 한 축도 담당한다는 사명감으로 각종 어려움에도 묵묵히 일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위기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비대위는 우선 고용 유지 등을 위해 항공 제조를 기간산업에 포함하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간 숙련된 기술 인력 유출은 국내 항공과 방산 산업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견해다.

황 대표는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7대 기간산업에 항공 운송업뿐만 아닌 항공 제조업을 포함해 특별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더불어 항공 제조업체 도산방지를 위한 고용유지 지원 대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단시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대책도 요청했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가혹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무기 등을 구매할 때 그 반대급부로 기술이전, 부품 제작·수출, 군수지원 등을 받는 절충무역 등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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