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문 닫고 주거지 봉쇄, 개학 연기까지"…베이징 덮친 '우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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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6-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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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긴장

  • 中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진앙

  • 양회 직후 터져…문책 가능성 제기

  • "외부 요인 때문" 책임 전가 움직임

베이징 보건 당국과 경찰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인근에서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한과 마찬가지로 대형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진원지로 드러나 공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주택 단지가 폐쇄되고 시장과 마트는 문을 닫았으며 학생들의 등교도 또다시 연기됐다.

◆中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진원지

14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에서 3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두 달 만에 확진자 1명이 나오더니 12일 6명이 추가되는 등 사흘 새 4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핵산 검사를 받고 있는 의심 환자와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향후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

보건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는 건 중국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점이다.

전날 발생한 36명의 확진자 중 35명이 펑타이구의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근무했거나 장을 본 이들이다. 나머지 1명은 밀접 접촉자다. 이 시장은 전날부터 일시 폐쇄된 상태다.

1988년 문을 연 신파디 시장은 중국 전역의 4600여개 농수산물 도매시장 중 거래량과 거래액이 가장 많다. 지난해 기준 거래량은 1749만t, 거래액은 1319억 위안(약 22조4300억원)으로 두 지표 모두 17년째 중국 1위를 기록했다.

대지 면적 36만7600평에 관리 인원 1759명, 고정 점포 5558개, 고정 거래처는 8000여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채소 1만8000t과 과일 2만t, 돼지 3000여 마리, 양 1500여 마리, 소 150여 마리, 수산물 1500t이 거래된다. 베이징 시민의 '장바구니' 혹은 '과일 쟁반'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루에 5만명 이상이 오가는 대형 시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진 만큼 지역사회 내 2차, 3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난(華南)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바이러스 배양 접시로 변한 후베이성 우한의 사례와 비슷해 베이징 시민들의 공포심이 상당하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의 우쭌유(吳尊友) 수석 전문가는 "저온에서 생존률이 높은 바이러스는 해산물 등을 냉동 보관하는 도매시장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며 "매일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도매시장에 감염자가 한 사람이라도 출입하면 (코로나19) 확산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펑타이구의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모습. [사진=신파디 홈페이지 ]


◆공포에 휩싸인 베이징…도시 곳곳 폐쇄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와 천지닝(陳吉寧) 시장 등 수뇌부는 전날 긴급 회의를 열고 철저한 방역 조치를 주문했다.

신파디 시장에 전문가 팀을 파견해 역학 조사를 실시하고 베이징에서 유통되는 농산물과 육류, 해산물 등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보건 당국은 신파디 시장에서 일하는 인력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최근 2주 동안 신파디 시장에 출입했던 이들은 자진 신고하라고 통보했다.

신파디 시장 인근 주택 단지가 봉쇄됐고, 전날 확진자가 나온 하이뎬구 내 쇼핑몰과 주택 단지, 학교·유치원 등도 폐쇄됐다.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초등학교 1~3학년의 등교 역시 무기한 연기됐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크게 실망했다"며 "여름방학까지 한 달 밖에 남지 않아 이번 학기 중에는 등교가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중이 밀집하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베이징 내 모든 스포츠 활동도 중단됐다. 몇몇 시내버스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고 베이징 지하철역은 1시간에 한 번씩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무사히 치른 베이징시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강조한 직후라 문책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차이치 서기와 천지닝 시장은 전날 신파디 시장을 관할하는 펑타이구의 고위 관료들을 불러 질책한 뒤 반성을 촉구한 이유다.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우쭌유 전문가는 "오염된 육류나 수산물이 감염원일 수도 있도 시장을 출입한 사람이 감염원일 수도 있다"며 "전자가 더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오염된 채 수입된 수산물이 유통 과정을 거치며 사람 간 전염을 초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감염이 아니라는 의미다.

차이 서기도 "코로나19 외부 유입을 막기 위해 인력 감독을 강화하겠다"며 "입국하는 화물기와 화물에 대한 검역도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한·중 간 인력·물자 교류도 제약을 받게 됐다. 한국과 베이징을 오가는 국제선 항공편 확대가 불투명해져 한국에 머물고 있는 재중 유학생과 교민들의 복귀는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한 베이징 교민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게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교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도 안타깝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베이징 신파디 시장 전경. [사진=신파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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