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대북전단 살포' 현행법 적용 가능하다?…"교류협력법 규율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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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6-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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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부 "전단 물품·살포 방식 다양화로 교류협력법 규율 대상으로 보기 시작"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여파로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채널 차단하자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단체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할 현행법이 없다며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사뭇 다른 태도다.

이로 인해 대북 전단 살포에 실정법상 어떤 죄목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시 월곶리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장, 메모리카드(SD카드) 1천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1일 밝혔다.[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① 대북 전단 살포 단체 고발 배경은?

통일부는 10일 오후 긴급 현안 브리핑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단체가 물품의 대북 반출을 위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교류협력법 제13조를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일부가 언급한 ‘교류협력법 제13조’는 물품 등을 북한에 반출하거나, 북한에서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당 단체가 전단 이외 쌀, 이동식저장장치(USB), 달러, 라디오 등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물품을 살포한 것이 위반 사항이라고 했다.
 

박정오 큰샘 회장이 8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한 해안가 진입로에서 쌀 페트(PET)병 바다 띄워 보내기 행사 개최를 두고 주민과 대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 왜 이제야 교류협력법 위반인가

앞서 통일부는 대북 전단 배포에 관한 법률 재개정 계획을 설명하며 “남북교류협력법을 통해 대북 전단을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그런데 돌연 ‘교류협력법’을 앞세워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을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전단 살포 물품의 종류와 살포 기술이 변화하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는 등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사정변경은 이전부터 계속됐던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김여정 담화 후 남·북 관계 긴장 국면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도 더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이런 것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③ 대북 전단 살포, 반출승인 위반 맞나

정부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대북 전단 살포를 반출 승인 위반이라고 내세웠지만, 논란의 여지는 존재한다.

교류협력법 제2조에 따르면 반출·반입이란 매매, 교환, 임대차, 사용대차, 증여, 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북 간의 물품 등의 이동이다.

또 제1조에서는 교류협력법 목적을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과 그 이북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려는 목적으로 보내는 대북 전단에 교류협력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류협력법상 나오는 조항들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일차적으로 유권해석 권한이 있다”며 “사전변경을 이유로 전단도 교류협력법상 규율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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