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왜 기각됐나?... 외형상 ‘구속요건’ 해당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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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사회부 부장
입력 2020-06-0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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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심의위’ 신청 무시하고 영장 강행한 검찰 입장 난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9일 오전 2시경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범죄 사실관계는 소명이 됐지만 구속을 해야 할 법률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는 확보됐지만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지만 법률적 의미와 책임을 따지는 공판단계에서는 상당 기간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에 충분한 소명과 방어권 행사를 위해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재판이 길어질 것이 뻔하고 도저히 법정 최대 구속기간인 6개월 이내에 재판을 마무리 지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구속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기각에 구치소 나서는 이재용 [의왕=연합뉴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은 난감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검찰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심의위 절차가 진행 중인데도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이 부회장 측의 ‘검찰심의위’ 요청이 오히려 검찰을 자극한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재계와 삼성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검찰이 무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검찰이 만든 제도를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 됐다는 검찰 내부 비판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같은 비판이 모두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됐다. 

정경심 교수와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 불리한 입장에 몰리고 있는 검찰로서는 또다시 ‘한방’을 맞은 셈이라는 촌평도 나온다. 

한편, 법조계 일부에서는 법원의 판단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일선 실무자들 상당수가 구속수감된 상황에서 정작 법률상 책임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구속을 면했다는 것이 과연 앞뒤가 맞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정경심 교수 등 최근 사회적·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외로 수월하게 영장을 발부해줬던 경향과도 배치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과론이지만 정 교수의 경우,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했고 재판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것이 확연한데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잣대가 기울어져 있다는 날선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검찰은 조만간 이 부회장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속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마당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다만, 위원회가 ‘영장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법원과 각을 세우는 것이면서 동시에 검찰의 입지를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될 가능성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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