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커버리 이해하기] ③ 증거개시제도... 잘 이용하면 승소 끌어 내는 '아군'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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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6-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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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해외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LG전자와 월풀 간 특허권 침해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3년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이 LG전자의 세탁기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해 피해를 보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 소송은 4년 간 이어졌고 LG전자의 승리로 최종 판결이 났지만, 월풀은 기다렸다는 듯이 냉장고 제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엔 LG전자도 특허 맞소송을 냈고 월풀은 특허권 2건에 대해 소송을 취하, 최종적으로 'LG전자가 월풀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국내 최대 기업인 LG전자조차 국제 특허 송사에 휘말리면 많은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여 오랜 시간 송사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중견 기업에겐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특허 송사에 대비할 인력, 자본,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이나 정부와의 송사에서 패해 피땀 흘려 개발한 지식재산권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물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지난해 특허청은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혁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보호망을 구축하는 '해외 지재권 보호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중국, 미국, 베트남, 태국, 독일,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등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8개 국가에 총 15개의 IP 데스크를 설립·운영했다. IP 데스크는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지식재산권, 특허 등을 확보하고 분쟁에 휘말릴 경우 밀착 지원하는 곳이다.

특히 국내 기업은 법체계가 유사한 대륙법계 국가보다 디스커버리 제도 등 법체계가 전혀 다른 영미법계 국가에서 송사에 휘말리면 낭패를 본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영미법계 국가의 시장 규모가 매우 큰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디스커버리(Discovery, 증거개시) 제도란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양측이 자신이 보유한 문서 및 자료를 법정 증거로 제출해야 하는 제도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의 영미법게 국가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다. 재판에 앞서 특별한 사유 없이 자신이 보유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거나, 증거 은폐의 목적으로 자료를 폐기한다면 소송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미국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램버스와의 특허 침해 소송 환송심에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해 유리한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램버스가 재판 기간 소송에 불리한 증거를 파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2009년 3월 1심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램버스의 악의적인 증거 파기가 인정돼 1심의 환송심이 결정됐고, 손해배상금도 4억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로 대폭 감액할 수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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