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전쟁' 해결사 나선 디스커버리 제도... 한국 도입 활성화되나

강일용 기자입력 : 2019-09-16 16:50
영미법 국가에서 널리 이용되던 디스커버리 제도... 한국에도 도입 논의
국내 대형 제약업체와 중소업체 사이에 ‘보톡스 전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6년부터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12월 ‘중소기업 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중소업체는 기술 탈취를 이유로 대형 제약업체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신고했다. 신고 내용을 수개월 간 검토해온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해당 사건을 정식 조사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디스커버리 제도’는 영미법계 국가 재판에서 시행되고 있는 본 소송 전 증거 조사 절차를 의미한다. 소송 당사자가 증거 신청을 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증거 조사가 진행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 등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상대방이나 제 3자로부터 소송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심리가 이뤄진다. 증거를 누락하거나 고의적으로 인멸할 경우 강력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거확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원고와 피고는 상호 개시된 증거를 통해 쟁점에 관련된 사실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소송 진행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민사소송의 90% 이상이 이 과정에서 합의로 종결된다.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은 피해를 입어도 증거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소송에 소극적이다. 특허청에서 발표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간 국내 영업비밀 피침해에 대한 조사에서도 소송 진행 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증거자료 제시 및 입증의 어려움’이 75%로 첫 손에 꼽혔다. 보톡스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소업체도 이 때문에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는 미국 ITC에 제소를 하기도 했다. 이 기업 외에도 최근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자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한국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등과 소송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위법의 증거를 찾지 못해도 상대가 공개하는 정보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어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소송 당사자가 침해 증거가 있는지 드러난 증거가 은폐나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란 매우 어렵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하면 관련된 증거를 신속하고, 또 왜곡 없이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 관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으며 피해 입증에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자료와 문서가 디지털화되면서 디스커버리는 '전자증거개시'로 알려진 ‘이디스커버리(eDiscovery)’로 확대됐다. 이디스커버리는 서면 증거 외 이메일, 전자문서 등 각종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처리, 리뷰해 법원에 증거물의 형태로 제출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우선 소송 관련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건과 관련된 문서 등을 원본과 동일한 상태로 수집해 처리하고, 소송 관련성 및 기밀 문서 여부를 검토한 뒤 증거로 채택해 법원에 제출하게 된다.

이디스커버리 전문 기업 프론테오코리아 관계자는 "요즘 대부분의 소송 증거자료는 디지털 문서로, 제한된 시간 내에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위조 및 변조 없이 원본 그대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증거에 해당하는 자료를 찾아내는 것이 또 다른 과제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등이 도입된 솔루션이 널리 활용되고 있고, 한국어 분석에 특화된 솔루션도 이미 기업의 국제소송에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 기업이 디스커버리 과정을 진행할 경우 전문회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며 자료 분석에 용이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지, 소송 경험 및 노하우가 뒷받침되어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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