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보호무역주의 시대] ① 대공황과 같은 듯 달라… 기술패권·포퓰리점 성격 강해

최다현 기자입력 : 2020-06-05 08:00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점차 세력을 확장하던 신보호무역주의가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신보호무역주의는 대공황 직후 촉발된 1930년대의 보호무역주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신보호무역주의 정책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경기 회복 노력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고용 활성화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로 촉발한 보호무역주의가 90여년 전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켰을 때와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1929년 세계적인 과잉 생산으로 불황의 징후가 나타나면서 미국 공화당의 스무트와 홀리 의원은 수입을 억제해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목표로 수입풍에 평균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후버 대통령은 1930년, 산업계와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서명했다.

법안이 통과한 후 1930~1932년 2년 동안 미국의 수입은 약 4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실질GNP는 29.8% 감소한다. 후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신보호무역주의 기조는 1, 2년 사이에 탄생한 게 아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유벌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경기는 가라앉고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이에 따라 투자와 고용 감소, 성장률 저하, 총수요 감소를 겪으면서 수입과 무역 또한 점진적인 감소를 경험하는 중이었다.

신보호무역주의가 과거와 성격이 다른 부분도 있다. 현재의 무역분쟁은 기술패권 확보와 유지를 위한 경쟁으로도 볼 수 있다.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의 근원이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표면적으로는 관세 등 전통적인 수단을 동원한 갈등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술패권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났다는 시각이다.

또한 포퓰리즘 성격도 강하다. 미국은 중국 등 주요 무역상대국에 고율의 관세조치를 취하고 있다. 무역상대국 역시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이를 검토 중이다. 이미 미국은 2018년 7월부터 4차례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 48.2%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도 같은 기간 미국산 수입품 61.6%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관세조치 뿐만 아니라 비관세조치에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비관세조치란 관세 이외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제도와 조치, 관행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WTO에 따르면 전세계 비관세조치 건수는 1996년에는 1200건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2016년에는 3300건의 조치가 통보됐다. 특히 2010년부터는 라이센싱, 수량제한조치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30년대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이로 인한 세계적인 갈등은 제2차 세계대전과 'GATT'와 같은 다자통상체제 도입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보호무역주의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통상환경의 변화' 보고서를 팬데믹 이후에도 미중 무역 갈등이 재차 격화하고 국제 공조가 느슨해지면서 보호무역이 경쟁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덤핑 등 수입규제 조치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인도, 독일 등은 경영난에 빠진 자국 기업이 헐값에 매각되는 일이 없도록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각국마다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다.

보고서는 "미중 갈등 심화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미국은 보조금, 환율, 수출입 통제 등 다양한 사안을 두고 통상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온라인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WTO 전자상거래 협정 등 디지털 무역에 관한 국제규범 논의가 새로운 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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