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로 격해진 北 대남 비난…남북 대화 재개 위한 北의 밑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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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6-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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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석 前 통일부 차관 "담화 발표 배경에 주목…남북 협력 위한 명분일 수도"

  • "김여정, 韓 정부 성과 '공동연락사무소·개성공단' 언급 '길들이기' 목적 다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 선전 살포를 앞세워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거론, 남북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남북협력사업 추진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정책 활동에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라는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전단 살포 문제는 예전부터 논란이 됐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북한의 실질적 2인자로 평가되는 김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비난 담화를 냈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 비난·압박 강도가 한층 강해져, 정부의 남북 공간 확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도 중요하지만, 담화 발표 배경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대진대 교수)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북 전단 살포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 북한이 왜 지금 현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눈길이 간다”며 북측이 남북 협력에 비중을 두고 명분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김여정 담화에서 언급된 것 이외에도 대북 전단 살포가 있었다. 그때는 조용하다가 이번에는 김여정을 내세워 문제를 지적했다”며 “개인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으로 어려운 상황을 남쪽과의 협력으로 풀어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도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며 “북한도 갑작스럽게 남북 협력에 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남북관계를 열고 나오기 위한 명분을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김여정 담화를 보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는 남북 간에 합의한 거니 여기에 대해 법률개정 등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선 한국 내에서도 국회의 여야 합의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을 북한도 안다”고 말했다.

북한도 법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요구에 대해 무언가 움직임을 보이면 그걸 계기로 남북 관계를 변화하려고 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함께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김 전 차관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는 미국과의 논의가 필요 없는 국내법 제정 문제다. 우리 정부가 국회에서 잘 이야기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이런 국내적 일도 해결을 못 하는 계속 남북협력을 요구하면 진짜 (대화의) 문을 닫는다는 경고와 함께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면 대화의 무대로 나오겠다는 뜻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제1부부장 담화에 남북 대화 재개 신호가 담겼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 부부장이 과연 대북 전단 정도의 작은 일 때문에 직접 나섰을까”라고 반문하며 “우리 측에게 성의를 보여주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북측은 코로나19 위기로 어렵던 나라 사정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존심과 체면을 지켜야 하기에 노골적으로 남측에 교류 재개를 제안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북측의 말은 항상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협박보다, 그 반대의 경우 우호적인 태도로 바뀔 수 있다는 숨은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시 월곶리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SD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1일 밝혔다.[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의 담화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신 센터장은 “결국은 한국 정부 길들이기 목적이 크다”며 “자기들이 싫어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단순 비난한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나름 성과라 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공단 등의 폐쇄를 언급했다”고 꼬집었다.

대북 전단 살포를 계기로 정부의 성과까지 없애겠다고 압박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계산에 따른 담화 발표라는 의미다.

신 센터장은 “북한은 한국 정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공단 등 대북정책 성과가 사라지는 것을 막고자 적극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것이라는 구상일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남측이) 협력안을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경제 상황이 아주 악화하기 전까지는 한국 정부가 제안하는 어떤 협력도 할 생각이 없다는 태도”라고 진단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는 접경 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법률정비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며 제도 개선 방안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지금 검토 중인 법률안에 대해서는 지금 현 단계에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며 “법률안의 형태에 대해서는 정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발의 시기 등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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