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응답·비난에도 남북협력·대북지원 속도 내는 통일부

정혜인 기자입력 : 2020-06-03 17:03
김연철 통일부 장관, 판문점·한강하구·남북산림협력센터 연이어 방문 北 무호응에도 남북협력사업 추진에 속도, 교류협력법 개정안도 마련
정부가 북한의 무시·비난에도 연일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다. 대북제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남북협력 사업을 먼저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무반응에도 속도를 내는 정부의 이른바 ‘마이웨이’ 남북협력사업 추진은 ‘계속 두드리면 언젠간 열릴 것이다’라는 태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의 무대응에도 계속해서 제안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만 바라보다 남북 관계까지 교착국면에 빠지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통일부는 최근 눈에 띌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3일 오전 파주 남북산림협력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남북 산림협력 재개를 촉구했다. 같은 날 오후 5시엔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화상 면담을 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김 장관은 지난 4월 27일 ‘4·27 남북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결정 기념식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협력 추진에도 목소리를 높였었다.

또 지난달 6일에는 판문점, 파주 철거 감시초소(GP) 등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보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로 중단된 판문점 견학을 6월 중으로 재개하겠다고 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남북 한강하구 공동 이용 추진을 위해 김포시 일대 한강하구를 방문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3일 파주 남북산림협력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장관은 파주 남북산림협력센터 준공식 축사에서 “휴전선이 남과 북을 가르지만,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 한반도의 산림은 남북 공동의 자산”이라며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재해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기후변화에 맞서 남과 북이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 산림협력이 그 열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에도 우리는 수많은 새로운 도전들과 직면할 것인데, 연대와 협력만이 그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8000만 겨레의 건강과 안전, 일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남북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남북 산림협력 재개를 강조했던 김 장관은 이날 오후 비즐리 WFP 사무종창 면담에서 WFP·유니세프 북한 영양지원 등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5년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긴 협정문(MOU)에 서명했다.

김 장관은 “이번 통일부-WFP MOU체결로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향한 지속 가능한 협력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며 WFP가 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북한에서 영양 및 식량 사업을 꾸준히 추진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및 북한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양측은 지난해 WFP 대북사업 공여 결과와 올해 공여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며 “향후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여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WFP를 통해 북한으로 쌀 5만t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북한의 무응답으로 인해 무산됐다. 쌀 지원 이외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WFP와 유니세프에 800만 달러(약 97억4400만원)를 공여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거부로 지난해 진행되지 못했던 쌀 5만t 대북 지원이 논의되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상호관심사에 대해서 폭넓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을 아낀 바 있다.

김 장관의 행보와는 별개로 통일부는 우리 국민의 북한 주민 접촉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하고, 온라인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교류협력법 개정안 추진 배경에 대해 “남북교류협력의 안정성·지속성을 보장하고 민간과 지자체의 교류 협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월 6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 판문점 견학준비상황 관련 견학코스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통일부 제공]


한편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 선전매체의 대남 조롱과 비난 속에서도 남북협력에 속도를 내는 것을 두고 ‘북한의 눈치를 본다’ 등의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 외교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미, 남북 관계가 꽉 막힌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해 북한의 응답을 끌어내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면서도 “이런 작전이 과연 북한을 움직일 수 있지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북한은 핵 보유 체제 속 협력, 제재 완화 등을 원하는 만큼 기존 입장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일방적인 러브콜에 북한이 응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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