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다른 '중국판 양적완화' 실험 효과는?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입력 : 2020-06-03 17:42
중소기업 대출채권 '매입'에 68조원 투입하기로 2008년 초대형 부양책 '학습효과'···新통화정책 '실험'

이강 인민은행 총재. [사진=신화통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마이 웨이' 통화완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자금을 퍼붓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무조건 돈을 퍼붓기보다는 은행권 대출에서 소외된 중소 영세기업에 대한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지난 1일에도 '실험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선보였다. 다만 이같은 '중국판 양적완화'가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 인민銀, 중소기업 대출채권 '매입'에 68조 투입하기로

인민은행은 이날 중소기업 자금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혁신적’ 통화수단을 내놓았다고 중국 상하이증권보 등 현지 언론은 3일 보도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주로 담당하는 중소은행이 지원 대상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은행권 대출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첫 번째는 인민은행이 중소은행의 영세 중소기업 무담보 대출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 4000억 위안(약 68조원)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지방 중소은행에 공급하고 1년 후 이를 다시 회수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지방 중소은행이 영세 중소기업에 제공한 무담보 대출채권의 40%를 매입하는 데 쓰인다. 인민은행은 이것이 중소 영세기업 무담보 대출을 1조 위안 늘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사실상 인민은행의 재대출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다만 재대출 자금이 영세 중소기업 무담보 대출에 100% 쓰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한 게 다른 점이다. 중국 일간지 신경보는 “중소기업 자금 공급 통로를 막는 '혈자리'를 직접 자극했다”고 표현했다. 

나머지 또 하나는 영세기업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을 내년 3월 31일까지 연장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대출금 상환 연체로 자금 압박을 받는 은행을 위해 인민은행은 모두 400억 위안의 자금을 지원한다. 중소은행이 상환을 연장하는 대출 원금의 약 1% 수준으로, 사실상 연체 이자에 대한 보상금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중소 영세기업 대출 약 3조7000억 위안어치 상환 만기가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민은행은 이는 중소은행의 영세기업 무담보 대출 공급 여력을 넓혀줄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중소기업은 대기업, 국영기업과 비교해 부실채권 리스크가 커서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담보물을 요구한다. 하지만 담보물을 제공할 형편이 안되는 영세기업이 대다수라서 대부분이 은행 대출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쩡강 중국 국가금융발전실험실 부주임은 "이번 조치가 중소은행의 자금원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고, 은행의 자금비용도 낮춰줌으로써 중소은행이 영세기업에 저리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을 넓혀줬다"고 했다.

게다가 인민은행이 무기한 기업 무담보 채권을 매입하는 게 아니라 1년간 일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홍수처럼 돈을 퍼붓는 양적 완화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도 2일 "이번 정책은 그 성격상으로 보든, 규모로 보든 양적완화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싱자오펑 ANZ은행 경제학자는 "사실상 '양적완화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 2008년 초대형 부양책 '학습효과'···新통화정책 '실험' 중

물론 '중국판 양적완화'가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선 무담보 대출 매입 자금이 4000억 위안으로 제한됐고, 부실대출 손실도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만큼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의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내놓은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이나 유럽 중앙은행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등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19 충격으로 1970년대 문화대혁명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실업률도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처럼 돈을 마구 푸는 양적완화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줄곧 내비쳤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중국에서 실질적인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는 올 들어 두 차례(2월, 4월) 조정을 통해 3.85%로 0.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앞서 2주에 걸쳐 기준금리를 1.5%포인트 내린 미국과 비교된다.

이는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의 초대형 부양책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부양책으로 중국은 수년간 부채 급증, 과잉 투자, 집값 폭등 등 부작용에 시달렸다.

홍콩 미즈호증권 저우쉐 경제학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직접적인 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보다는 줄곧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을 고안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방식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인민은행조차도 통화정책을 계속 수정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했다.

류페이첸 싱가포르 냇웨스트 마켓츠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매뉴얼을 과거 부양방식에서 새롭게 바꾸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전략은 찾아내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홍수처럼 돈을 퍼붓지 않는다는 전반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허점을 보완하며 계속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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