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포켓몬스터'와 '명탐정 코난'이 중국 시장에서 종적을 감추고 있다. 과거사 논란을 빌미로 한 중국 내 애국주의 여론이 단순한 온라인 비난을 넘어, 대형 유통 매장에서의 상품 철수와 행사 금지 등 실질적인 '경제·문화적 제재'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1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와 선양의 주요 유니클로 매장에서 포켓몬 협업 상품이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온라인 스토어 역시 관련 페이지가 폐쇄됐다. 현지 매장 직원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현재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형 스포츠 브랜드 '리닝(李寧)' 역시 본사의 지시에 따라 포켓몬 협업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포켓몬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카드 게임 행사 공지였다. 제3자 주최로 '야스쿠니 신사'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이 중국 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불매 여론에 불을 지폈다. 포켓몬 컴퍼니 측은 논란이 일자 즉각 해당 공지를 삭제하고 이벤트를 중지했으나, 이미 불붙은 중국 내 여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역사 인식을 둘러싼 중일 간의 갈등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연예계에서 그 전조를 드러냈다. 당시 NHK '홍백가합전' 출연을 앞두고 있던 한국의 다국적 걸그룹 '에스파(aespa)'가 겪은 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인 멤버 닝닝이 과거 SNS에 올린 사진이 일본 내 우익 성향 누리꾼들 사이에서 '원폭 투하 희화화' 논란으로 번지며, 14만 명 이상이 출연 정지 서명에 동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닝닝은 12월 말 인플루엔자 감염을 이유로 출연을 사퇴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현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화적 충돌의 근본 원인으로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비상사태 관련 발언을 꼽는다.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상황을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한 이후, 중국은 일본 관련 모든 분야에서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호의 상징이던 우에노 동물원의 판다 신규 대여 논의는 완전히 멈춰섰으며, 경제 안보 분야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탈중국'이 가속화되고 있다. 종합상사 소지츠(双日)는 중국이 독점한 희토류 공급망을 호주와 프랑스로 다각화하기 시작했고, 일본 정부는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저에서 국산 희토류를 직접 채굴하는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나가 마사키(家永真幸) 도쿄여자대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판다나 애니메이션 같은 소프트파워를 외교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며 "현재처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중국은 문화적 교류를 지속할 동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가 경제와 문화를 압도하는 전례 없는 시험대 위에서, 일본 소프트파워의 회복 탄력성이 향후 어떤 변곡점을 맞이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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