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56억원 청산 절차 제자리…靑바라기로 전락한 여가·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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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5-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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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해·치유재단 잔여재산 56억 '그대로'

  • 여가부, 민법상 청산절차 마지막 주체

  • "잔여재산 용처, 한·일 합의 이뤄져야"

  • 한·일, 양성평등기금 용처 결론 못 내

  • "고위급 해결 또는 국민적 합의 필요"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된 지 1년 가까이 흘렀지만 잔여재산 56억원이 27일 현재까지 처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이 나날이 몸집을 키우는 가운데 한·일 간 졸속 합의로 파문이 일었던 화해·치유재단마저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셈이다.

한·일 외교 당국은 당시 일본 정부가 거출한 10억엔(103억원)을 대체하기 위해 편성한 양성평등기금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위안부 문제가 민감해 피해자 지원사업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일본과 외교적 논의를 해야 하는 외교부가 손을 놓았다는 비판과 함께 한·일 정부 간 톱다운 담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뒤따른다.

◆"잔여재산 용처, 한·일 합의 이뤄져야"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지원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공식해산 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지난해 7월 5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재단 관계자를 인용해 해산등기 신청이 지난해 6월 17일 자로 이뤄지고 같은 해 7월 3일 완료 통지가 재단 측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여가부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해·치유재단 잔여재산 약 56억원은 재단 청산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변동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일본 정부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맺고, 일본 정부가 거출한 10억엔으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과 정의연 피해자 지원단체가 일본 정부의 출연금 반환과 재단 해산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이에 화해·치유재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11월 해산이 결정됐다. 이어 지난해 6월 17일 등기부상 해산에 돌입해 같은 해 7월 3일 해산이 완료됐다.

민법 80조(잔여재산의 귀속)에 따라 현재 법원이 지정한 청산인이 여전히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청산 절차상 마지막 주체인 여가부는 청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청산인이 제출한 잔여재산 처리 방안을 검토해 승인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청산 절차가 원래 1년까지는 걸리지 않는다"며 "근본적으로 잔금을 어떻게 쓸지 양국 간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고위급 해결 또는 국민적 합의 필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얼굴 부분이 파손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5분께 20대 남성 A씨가 소녀상을 돌로 찍어 소녀상 얼굴 부위 등 2곳이 파손됐다. [사진=연합뉴스]


양성평등기금 103억원의 용처에 대한 한·일 합의도 시급하지만, 이른 시일 내 결론이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성평등기금와 관련해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에서 논의가 진행되는지 밝히기는 곤란하다"면서도 "기금으로 편성된 103억원이 현재 그대로 있는 것은 팩트"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외교부 입장에서는 일의 해결 순서가 있는데, 한·일 간 여타 산적한 갈등 해결에 우선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위안부 합의로 촉발된 재단 잔여재산 처분 문제 등을 재차 공론화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할 경우 한·일 간 협의에서 입지를 더욱 좁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분명한 것은 국장급이나 실무자 선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방침을 정하거나 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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