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약세 얼만큼 용인할까…달러당 7.2위안 돌파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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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최예지 기자
입력 2020-05-2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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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민은행, 이틀 연속 위안화 7.1위안대 고시...12년래 최고

  • 美 압박에 맞서 장기전 대비... 환율전쟁 신호탄 해석

  • 대규모 재정적자, 유동성 공급 영향도

  • 4년전에도 미·중 환율전쟁... 지난해부턴 양국 무역전쟁 속 전개

중국이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이틀 연속 12년 만의 최고치로 고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환율전쟁의 신호탄이란 해석과 미·중 갈등에 따른 시장 불안감, 중국 경제 악화 상황이 반영된 것이란 의견들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中 홍콩 갈등 와중에 환율 올려··· 美 '대중 무역적자 부채질'

위안화 약세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를 야기하는 원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과 이로 인한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이 피해를 입었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 미·중 무역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8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을 돌파한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당시 시장의 불안감에 역외 위안화 환율은 7.2위안까지 치솟았지만, 인민은행이 위안화 방어를 통해 기준환율이 7.1위안을 넘지 않는 7.08위안 수준을 유지토록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이 7.1위안을 돌파하도록 용인했다. 이는 2008년 2월 이후 12년 만의 최고치다. 위안화 기준치는 인민은행이 대형은행 등의 환율 시세를 토대로 산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인민은행이 개입해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되는 점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신냉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책임론으로 재점화된 양국 갈등은 기업 제재, 남중국해 문제와 더불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를 중국의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이번 포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압박에 쉽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지적하면서 “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은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갈등 사안이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의 장기적 분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위안화 환율이 조만간 7.2위안을 돌파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코메르츠은행의 저우 하오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도 달러당 7.2위안 돌파 여부를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며 "홍콩 이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당분간 위안화 변동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재정 악화 전망도 반영··· 코로나19로 경제 타격 커"

이번 위안화 약세가 불안한 홍콩 정세와 중국의 재정 적자 전망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은 지난 22일 기존 2.8%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3.6%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6.8%로 급락하는 등 극심한 경제 타격을 입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장차오 하이퉁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유동성 공급이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또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될 때마다 위안화 환율은 출렁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제재 압박에 따른 중국 경제 충격과 자본 유출 우려 탓이다. 중국 궈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NAR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된 이후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위안화는 강세를 보였고, 악화되면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조만간 중국이 환율 안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자본유출 가속화 등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2016년엔 소로스 vs 중국 ‘위안화 전쟁’ 

사실 미·중 환율전쟁 움직임이 나타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초에도 있었다. 다만 지금처럼 국가가 주도한 게 아니라, 민간 헤지펀드 공격에 중국 정부가 방어하는 형태였다. 당시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가 위안화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자, 중국 당국은 관영언론을 동원해 경고하는 등 갈등이 빚어졌다.

이후 미국 월가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들은 위안화 약세 베팅에 합류했고, 사태가 헤지펀드와 중국 정부 간의 ‘환율전쟁’으로 번졌다.

중국 정부는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에 맞서 위안화를 절상 고시했고, 증시 부양을 위해 시중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했다. 또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중국 은행 간 채권 시장에 참여하도록 했으며, 개인들의 달러 매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한 각종 조치도 잇따라 내놨다.

그 결과 2월 중순부터 위안화 가치는 강세로 전환돼,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은 줄줄이 손실을 봤다. 최소 5억6200만 달러(약 6941억원)의 손실이 나왔으며, 추가로 3개월 이내 계약이 끝나는 옵션 규모도 8억700만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중 '환율전쟁' 시작되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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