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혹 커지는데...칼자루 쥔 감사원은 '뒷짐'

박경은 기자입력 : 2020-05-25 00:00
감사원, 정의기억연대 국고보조금 사용 논란 관련 감사계획 없단 입장 감사원법 제23조 제4호 따라 국고보조금 감사권 가지지만 계획없어 연간감사계획, 감사 청구 없고 검찰 수사 중 중복 감사 않겠단 입장 "사회적 쟁점된 사안 감사하지 않을 경우 책임소재 지적받을 수도" 일각선 보충성원칙 따라 수사·재판 중 사안은 감사 자제한단 의견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비리를 둘러싼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지만, 감사원은 현재까지 내부적으로 관련 감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미향·정의연 관련 감사에서 사실상 발을 뺀 셈이다.

감사원은 현재 검찰이 정의연의 부실 회계 공시 등 국고보조금 사용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만큼 중복해 감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사원이 보조금을 지원한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시민단체인 정의연을 대상으로 감사권을 직접 발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뒷짐을 진 사이, 야권은 국정조사 카드를 빼 들었다. 이용수(92) 할머니는 25일 대구에서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

◆직권감사 가능한데…뒷짐 진 감사원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감사원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정의연 논란과 관련해 아직까지 감사 청구가 들어온 것이 없다"며 "올해 연간감사계획에도 없는 내용이어서 구체적인 감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최근 정의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기 때문에 감사원은 감사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추후에 감사 청구가 들어오면 감사 여부를 심사해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감사원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정의연의 국고보조금 사용과 관련해 별다른 감사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법 제23조 제4호(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일부를 출자한 자의 회계)에 따라 감사원은 국가 예산인 국고보조금 사용에 대한 감사권을 가진다.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국고가 지원된 사업 및 기관에 대해 모두 감사할 수 있다. 국가의 세금이 지출된 경우 사용 주체가 개인이든, 단체든, 정부 부처든 감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 "국고보조금 감사권 발동 대상"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안성 쉼터 고개 매입 및 회계 부정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앞에 걸린 현판이 문에 비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정의연은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후 회계 비리 의혹으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서울시, 여가부, 교육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억4300만원가량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정의연은 2018년과 지난해에 각각 1억원, 7억1700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공시 상 보조금 항목에는 각각 0원, 5억3800만원으로 기재했다.

정대협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보조금을 받았으나 결산 서류상 보조금 항목에 잇달아 0원으로 기재했다. 정의연은 회계 처리상 판단 착오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같이 정의연의 국고보조금 회계부실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감사원은 국고를 보조한 서울시와 여가부, 교육부를 포함해 정의연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책임소재를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고보조금은 다 감사권 발동 대상"이라며 "감사원이 정의연을 감사한다고 해서 이상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연 논란은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안"이라며 "감사원이 감사하지 않으면 '왜 감사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검찰과 감사원이 들여다보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며 "감사원 감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보충성 원칙에 따라 수사·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를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홍종현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감사원이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감사할 경우 피감기관으로서는 이중 수감 부담을 질 수 있다"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외부 감사기관이 추가로 감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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