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 무산...자식 버린 부모도 유산 상속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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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재 기자
입력 2020-05-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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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은 포기해도 돈은 포기 못한 친모. 법은 그녀의 편이었다.

[지난해 11월 숨진 가수 겸 방송인 고(故) 구하라 씨]


가족 부양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한 부모나 자식을 상대로 재산상속을 막는 일명 '구하라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결국 폐기됐다. 어릴 적 고(故) 구하라 씨와 오빠인 구호인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 A씨는 이로 인해 결국 딸의 유산 절반을 상속받게 된다.

20대 국회는 전날(20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었지만 구하라법은 본회의에 오르지 못해 자동 폐기수순을 밟게 됐다. 구씨의 친어머니는 양육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현행 민법에 따라 구씨의 재산 중 절반을 상속받게 돼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행법엔 자녀 양육의무를 오랫동안 다하지 않은 부모라도 그 상속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편 '구하라법'은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의 특수한 경우에만 상속결격사유를 인정하는 현행 민법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에 대한 상속결격사유를 추가하고자 발의됐다. 즉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부양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경우도 상속결격 사유로 추가하고 기여분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게 '구하라법'의 골자였다.

친모인 A씨는 구씨가 어렸을 때 가출해 20여년 가까이 연락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구씨의 오빠는 '부양의무를 저버린 친모가 구하라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며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입법 청원을 했다. 때마침 구하라 씨의 사망 이후 생전의 안타까운 일생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별안간 빈소에 나타난 친모가 유산을 탐내자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고, 입법 청원에서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로 넘어갔다. 하지만 '구하라법'은 20일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심사' 결론이 나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앞서 친모 A씨 측은 구씨의 사망 뒤 그가 소유한 부동산 매각대금 절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씨의 오빠 구호인 씨는 이에 반발해 친어머니 상대 상속재산분할심판을 법원에 청구한 바 있다. 구호인 씨는 지난달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약 20년만에 동생이 찾으러 가기 전까지는 엄마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며 “지난해 11월 친모가 장례식에 와서 동생 지인들에게 ‘하라를 봐줘서 고맙다’, ‘내가 하라 엄마다’라고 하는 걸 보고 너무 화가 났다. 상주복을 입겠다는 친모랑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휴대폰으로 녹음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 자리에서 내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 씨는 “그 쪽(친모 측)에서는 악법도 법이라며 그 악법으로 계속 주장하고 있다. 동생만 생각하면 눈물밖에 안 난다. 가엾고, 짠하기도 하고. 부디 거기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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