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SPV 직접대출 나서나···독립성 문제 놓고 정부와 막판까지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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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5-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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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은행이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할 특수목적기구(SPV) 운영 주체를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한은이 직접 나서줬으면 하는 바램이나 한은은 통화정책에 대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발을 빼려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만나 2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 회사채 및 CP 등 매입을 위한 SPV 설립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한은이 산업은행에 대출한 다음 산은 산하에 SPV를 두는 방식과 한은이 직접 SPV에 대출하는 방식을 놓고 의견차를 보였다.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을 위한 SPV 설립은 지난달 22일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된 고용 및 기업 안정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당시 함께 발표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발표 직후 국회에서 관련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반면 20조원 규모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문제는 한달 가까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최근 논의된 두 방안 모두 한은이 자금을 제공한다는 큰 그림은 확정됐으나 SPV의 운영 주체를 놓고 정부와 한은이 끝까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탓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은 한은이 SPV에 직접 대출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SPV에 출자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대출해 주는 방안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주요국의 중앙은행의 역할이 점점 더 강해지는 추세인데 한은이 돈만 지원하고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빠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다. 

반면 한은에서는 산은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은행이 직접 대출에 나섰다가 손실을 볼 경우 정당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직접 대출을 다루기 위한 전문성 측면에서도 기업 여신 업무를 맡아온 산은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많다. 

아울러 정부가 주장하는 미 연준의 방식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은행이 직접 실행한 대출 때문에 통화정책 등이 끌려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도 상당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직접 대출을 실행해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결국 한은이 직접 대출한다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저신용등급 회사채·CP에 대출을 꺼리게 되거나 너무 대출을 많이한다면 리스크에 휘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한은은 이르면 이달 말 SPV 설립을 위해 두 방안 중 하나를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예산 및 지원 방식을 확정하고, 다음달 SPV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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