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곤두박질쳐도 "마이너스 금리 안 해"...꿋꿋이 버티는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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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5-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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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금융시장 어떤 충격 줄지 불투명

  • 미국 MMF에서의 자금 유출 우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일축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13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불확실하고 하방 위험이 큰 코로나19발(發) 경제 충격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깊고 긴 충격은 지속해서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경기회복이 탄력을 받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리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 외에도 좋은 정책 수단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에 회의적인 이유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마이너스 금리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같은 시스템이 은행 수익을 위협해 금융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하고 불필요한 자산 거품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힘겨운 은행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과 가계의 부실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도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은행 수익에 하강 압력을 높여 신용 팽창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연준 회의록에서도 이런 우려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연준 관계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시 은행권과 단기금융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화되면 세계 최대 규모인 4조8000억 달러(약 5900조원) 규모의 미국 머니마켓펀드(MMF)가 붕괴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출연하면 더는 이자를 챙길 수 없는 투자자들이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MMF는 자산운용사들이 단기 국채나 단기 회사채인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을 의미한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함'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도 이유다. 역사상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마이너스 금리가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불러올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연준은 곤두박질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검토했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끝내 제외됐다.

마이너스 금리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했던 일본과 유럽의 사례 역시 연준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시도했으나 경기 부양 등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월 의장의 이런 '단호함'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너스 금리를 압박한 것에 대한 대답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을 통해 "다른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혜택을 보는 상황에서 미국도 이 선물(gift)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0.00~0.25%인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더 내리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최근 시장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과 맞물렸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와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최근 연설에서 연준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여전히 트레이더들은 내년 4월 금리가 마이너스(-) 0.01%를 기록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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