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해지는 소주…‘도수 16.9’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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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0-05-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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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이슬후레쉬, ‘순한 소주’ 경쟁 참전

  • 원가절감·성장 모멘텀 위해 도수 인하

  • 도수 17도 미만 술 TV 광고도 가능

[사진=하이트진로, 롯데주류 ]

주류업계가 ‘순한 소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직장 회식이 줄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홈술 문화 확산도 순한 소주 시대를 한발 앞당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8일 소비 트렌드 변화를 고려해 ‘참이슬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7도에서 16.9도로 낮췄다. 지난해 3월 17.2도에서 0.2도 낮춘 이후 약 1년2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소주 시장 1, 2위 브랜드 모두 알코올 도수가 16도대로 내려오게 됐다. 롯데주류는 작년 11월부터 ‘처음처럼’ 도수를 17도에서 16.9도로 내렸다.

소주의 도수 낮추기 경쟁은 1998년 참이슬이 20여 년간 이어진 ‘소주 25도’ 공식을 깨고 23도로 도수를 내리며 시작됐다. 이후 1999년 22도 뉴그린, 2004년 21도 참이슬로 차츰 도수가 내려갔다. 그러다가 2006년 20도 처음처럼이 나오면서 도수 경쟁이 본격화했다. 2007년 19.5도 처음처럼, 2012년 19도 참이슬 등 경쟁적으로 도수를 낮추면서 결국 16도 소주까지 등장하게 됐다.

‘순한 술’ 트렌드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접대나 강요된 회식은 줄고 ‘혼술(혼자서 술 마시기)’, 가벼운 술자리 등이 많아지는 추세다. 30대 직장인 A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저녁 회식 자체가 많이 줄었고, 회식을 해도 1차에서 대부분 끝난다”며 “도수가 높고 강한 술보다는 부드럽게 한 잔 할 수 있는 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주류업체들이 앞다퉈 소주 도수를 내리는 것을 수익성 개선 측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주류업계는 소주 도수를 1도 낮추면 원재료인 주정(알코올)이 덜 들어가 한 병당 6~10원의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소주 도수 인하가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수를 낮춘 소주가 출시되면 판매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소주를 몇 병을 마셨는지 보다 적정 취기에 올랐는지 여부에 따라 음주를 멈추는 습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20도 소주가 등장한 2006년 소주 출고량은 95만6634㎘로 전년 대비 3%가량 늘었다. 19도로 낮춘 2012년도 출고량은 2.6% 증가했다.

17도 미만 술은 TV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도 소주 도수가 내려간 이유 중 하나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17도가 넘는 술은 지상파 TV, 라디오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광고를 할 수 없다. 현재는 진로이즈백, 처음처럼 등이 오후 10시 이후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참이슬후레쉬도 조만간 TV광고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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