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위창 오세창이 수집한 '근묵', 국가 문화재 지정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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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5-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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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위창 오세창의 '근묵'[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한반도 600년의 기간 동안 1136명의 유명 인물들이 남긴 글씨를 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서첩 '근묵(槿墨)'을 국가 문화재로 지정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근묵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소장본으로, 모두 34첩의 서첩과 1책의 목록집으로 구성됐다. 비단으로 된 표지에 전서 글씨로 '槿墨', '팔십위(八十葦)'라 쓰고 위창한묵(葦蒼翰墨)의 위창 오세창(吳世昌) 인장이 찍혀 있어 그의 나이 80세인 1943년에 묶은 서첩임을 알 수 있다.

포은 정몽주부터 근대기 서화가 이도영(李道榮)의 진적(眞蹟)까지, 이순신 1명을 제외한 고려 말에서 한반도 근대기에 이르는 유명 인물들의 행서 · 초서 · 해서 · 전서 · 예서 등의 글씨체가 빠짐없이 수록됐다.

수록된 필적(筆跡)은 서간(書簡) 724점, 시(詩) 359점, 제액(題額) 15점, 기(記) 10점, 부(賦) 7점, 서(序) 5점, 화제(畵題) 3점, 증언(證言) 2점, 비명(碑銘) 2점, 발(跋)2점, 찬(贊) 1점, 잠언(箴言) 1점, 법어(法語) 1점, 표제(表題) 1점, 유지(諭旨) 1점, 물목(物目) 1점, 종명(鐘銘) 1점 등으로, 서간과 시문이 대부분이다.

근묵을 집성한 위창 오세창은 일제강점기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자 계몽운동가 · 문예애호가로,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대표적 인물이다.

서첩을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 국왕부터 사대부 · 중인 · 노비 · 승려 등 다양한 계층들의 사회상과 생활사를 알 수 있고, 일제강점기에 절개가 뛰어났던 인물들의 우국충정을 엿볼 수도 있으며, 한반도 600여 년간의 인물들에 대한 인명사전적 역할을 해 다방면의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다만 '근묵'가운데 일부는 비교대상본이 없어 진위판단이 어려운 작품도 전하며, 1943년에 성첩됐다는 시기를 두고 국가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신청 방향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와 검토를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다의 명사 글씨가 총망라된 국가문화재로서 충분한 지정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일제강점기 동안 절개를 지키고 변절하지 않은 민족지도자인 오세창이 남긴 문화재들은 아직까지 단 한점도 문화재로 지정(등록)되어 있지 않다. 시 관계자는 "그의 문화재 수집은 나라 잃은 민족의 역사와 문화, 혼을 지키려 했던 노력의 일환"이라며 "근묵을 시작으로, 위창 오세창의 숭고한 의지와 곧은 기개를 담은 문화재들이 국가 혹은 지자체 문화재로 지정(등록)돼 그 가치가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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