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강, 테킨트(기술정보)가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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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고문
입력 2020-05-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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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 (춘천=연합뉴스) 







탈북자들은 강폭이 좁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접한 함경북도 출신이 60%이고 양강도 출신이 15% 정도 된다. 방송에 나와 북한의 권력지도에 관해 이야기하는 탈북자들 중에는 평양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평양에 가려면 지역 인민위원회에서 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평양에 친척이 없고 비빌 데가 없는 사람은 통행증 구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권력 핵심층과 연결되지 않은 탈북자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는 남쪽에 와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편 것들이 많다.

미래한국당 지성호 의원 당선자는 북한의 꽃제비(집 없이 떠돌면서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을 일컫는 말) 출신이다. 함경북도 출신인 지 당선자(38)는 화물 열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왼쪽 팔과 다리를 절단했다. 2006년 목발을 짚고 9600㎞를 횡단해 탈북했다. 2010년 북한인권단체 나우를 설립했고, 이번 총선에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에 청년 인재로 영입됐다.

'함북 꽃제비' 지성호 당선자, 평양 가보기나 했나

그는 4월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지 당선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심혈관질환 수술 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난 주말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100%는 아니고 99%라고 말씀드릴 정도”라고 말했다.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너무 자신 있게 말한 것도 문제지만 향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소설을 썼다. 
지 당선자를 잘 아는 탈북자는 “깜냥이 안 되는 C급 정보로 경솔한 판단을 했다. 비례대표로 당선권 안에 들자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오고 인터넷 매체에 톱기사로 오르니 조금 업(up)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스의 신뢰성을 따지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기한 언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태구민 당선자는 평양 국제관계대학과 베이징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북한의 주영 공사 등을 지낸 외교관으로 북한 정보를 분석하는 격이 지성호 당선자와는 달랐다.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로 명성과 돈을 얻은 태 당선자는 3월 27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3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북한 사람들의 눈에는 아주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다시 나와 담배를 피우고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태 당선인의 추정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 평양을 탈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같은 폐쇄사회에서 김정은의 건강상태에 관해서는 핵심 측근이나 경호 부서의 책임자들 외에는 인지하기 어렵다. 정보를 얻는 경로는 휴민트(HUMINT·인간정보)와 테킨트(TECHINT·기술정보)가 있다. 태구민·지성호 당선자가 김정은의 건강이상을 거론할 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건강이상설을 보도한 CNN 방송에 대해서는 “CNN 보도에 대해 신뢰를 두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계속 "(김정은과 관련해)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의미였다.

국회의원 됐으니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 

김정은의 잠적과 건강이상설 보도가 이어지는 동안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정보가 정확했던 것으로 판명이 났다. 김정은의 잠복기간에 미군의 정찰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자주 작전 비행을 했다. 한·미 정부의 정보도 위성이나 정찰기의 활동을 통해 얻은 테킨트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필자는 그 분야 전문가로부터 미국이 첩보위성이나 정찰기로 영상을 찍고, 유무선 통신을 감청하고, 주요인물의 사무실에 레이저를 쏘아 목소리를 감청하는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국의 기술정보 수집능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다만 군사 보안과 북한의 대응 등을 고려해 “어떻게 알았다”고 말을 못할 뿐이다.

그렇더라도 여당이 두 의원 당선자에 대해 국방위나 정보위에 가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 다만 두 사람도 이제 의원이 됐으니 좀 더 신중하고 겸손한 모드로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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