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는 ‘코로나 총리’ 정세균, 위기를 기회로 바꾼 관록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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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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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손·경청 장점 극대화…100일 중 94일 사태 수습

  • 마스크 5부제 시행 등 현안 직접 챙기며 동분서주

  • ‘의전서열 5위’ 논란 불식…정치 역량 극대화 성공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 재난지원금 2차 추경안에 대한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방법 등을 담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

22일 취임 100일을 맞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이 같은 포부는 자신에게 던지는 다짐이기도 하다.

지난 1월 14일 국민통합과 경제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취임한 정 총리는 100일 동안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다. 취임 후 엿새 만인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임기 100일 중 94일을 코로나 사태 해결에 매진했다.

본인 스스로 “원래 경제 총리, 통합 총리가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인데 코로나 총리가 되게 생겼다”고 푸념했지만, 운명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대독 총리’, ‘실세 총리’ 등 다양한 유형의 국무총리가 있었다. 이제는 ‘코로나 총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코로나 사태는 정 총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돼 버렸다.

◆30년 정치인 관록·기업인 DNA로 위기 돌파

정부와 국민들이 합심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있는 동안 정 총리도 자신에 대한 선입견과 과제를 하나씩 넘어서며 ‘정세균’이라는 정치인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고 있다.

당초 정 총리의 국무총리직 수락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미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인이 5위인 국무총리로 가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전직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 자리로 옮기는 것을 두고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코로나 국면에서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라는 그리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연륜과 경험으로 불식시킨 지 오래다. 당에서는 임시의장을 포함해 열린우리당 의장 두 번, 통합민주당 대표 한 번 등 총 세 번의 당 대표를 지냈고, 6선 국회의원의 관록이었다.

기업인 특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번뜩였다. 대표적인 예가 ‘마스크 5부제’ 실시였다. 정 총리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마스크 홀짝제’를 보고하자,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불편을 더 줄여야 한다”며 5부제를 깜짝 제안했다.

홀짝제를 시행할 경우, 주 초반인 월·화요일에 구매 수요가 몰려 수급난 해소가 더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 총리는 시행 초기 ‘사회주의 배분제 논란’ 등 이른바 ‘마스크 대란’으로 예민해진 일부 민심의 따가운 눈총에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마스크 5부제는 코로나19 대응의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얼마 전까지 보건용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긴 줄을 섰던 모습은 요즘 들어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일부 약국에서는 줄을 서지 않고도 마스크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역시 위기를 기회로, 논란을 결과로 바꾼 셈이다.

◆국무총리 최초 중대본부장 자처··· 대구서 직접 현장 진두지휘

정 총리는 국무총리 최초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을 맡아 54차례 회의를 주재했다. 국무총리가 직접 중대본 본부장을 맡은 건 2003년 중대본으로 지휘체계가 일원화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4일까지 20일간은 대구 지역에 상주하며 코로나19 확산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대구·경북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당시에는 2월 중순 이후 대구 신천지발 교회 집단감염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감염 우려로 인해 주변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재난 현장에는 리더가 꼭 있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예정됐던 국회 대정부질문도 대구 상황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연기하고, 매일 대구시청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병상 확보와 추가 감염 최소화 방안 등 각종 현안들을 직접 챙겼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9일 61일 만에 한 자릿수(8명)로 떨어지며 안정화됐다.

이 과정에서 소통을 바탕으로 한 경청과 배려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들은 뒤 주요 의사결정을 내렸다. 평소 정 총리는 “정치를 30년 가까이 하면서 듣는 것에는 자신 있다”고 자주 언급하곤 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전 국민적인 동참이 필요한 사안은 대국민 담화를 적극 활용해 정부 조치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한때 900명 넘게 발생하던 신규 확진자가 크게 줄었고 완치율도 75%를 넘었다. 의료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치료하고 국민 여러분이 모두 방역사령관이 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주신 덕분”이라며 모든 공을 국민들에게 돌렸다.

정 총리의 한 측근은 “정 총리의 가장 큰 장점은 조용하고, 원만한 일 처리”라며 “정치인은 일반적으로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요란하게 치적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 총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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