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건설, 전국에서 '벌떼분양'...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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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0-04-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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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주·대구·세종에서 잇따라 분양...시행사 이름은 '자회사' ..."'벌떼 입찰' 의혹"

  • 대방디엠시티, 디비건설, 디방개발기업, 디비개발 등 공공택지 입찰에 계열사 총동원


대방건설이 자체로 또는 자회사 이름으로 최근 전국에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양주 옥정의 아파트를 완판했으며, 대구와 세종에서도 대규모 공급을 진행 중이다.

이 단지들은 2015년에 자회사의 이름으로 낙찰 받은 공공택지를 개발한 것이다. 당시는 중견건설사들 사이에서 주택용지 확보를 위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던 때다. 이 때문에 공동주택용지가 추첨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해 '벌떼 입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방건설은 대방디엠시티, 디비건설, 디방개발기업, 디비개발 등 19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도급순위 34위(2019년 기준)의 중견건설사다.

◇ 계열사가 시행사로 낙찰 받으면 대방건설이 시공

1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2015년 상반기 대구도시공사가 매각한 대구국가산단 A2-1블록의 공동주택용지를 낙찰받아 '대구국가산단 대방노블랜드'로 개발했다. 당시 경쟁률은 142대 1에 달했는데 적지 않은 허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디비건설이 시행사 격으로 참여해 토지를 낙찰 받은 후 대방건설이 시공권을 쥐면서 실질적으로 전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분양이 진행 중이며 2021년 7월 입주 예정이다.

LH가 2015년 분양한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3-2생활권 주상복합용지 H1블록은 또 다른 계열사 대방이노베이션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곳은 현재 지하 2층~지상 35층의 공동주택과 지상 1층~6층의 '세종 대방디엠시티 상업시설'로 개발돼 분양이 진행 중이다. 대방이노베이션이 시행사로, 모회사인 대방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전형적인 '벌떼 입찰' 방식이다.

당시 입찰은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용지였다. 그동안 세종시 상업업무용지는 원주민 대상으로 공급되거나 공모방식을 통해 땅주인을 가렸다.

보통 주상복합용지는 비주거부문에 대해 최고가 경쟁입찰로 진행하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심화돼 경쟁률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계열사를 동원해 실제 경쟁에 참여한 기업은 이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방건설이 자회사가 시행을, 본사가 시공을 맡는 방식으로 분양에 참여한 것은 당시 건설업계에 토지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7년까지 대규모 택지개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건설사들은 주택용지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김포한강신도시 분양아파트 용지 매각 입찰에서 Ab-18·19·21블록은 경쟁률이 134대 1, 의정부민락2 공동주택용지 B-11블록 입찰은 173대 1에 달할 정도로 입찰 경쟁이 뜨거웠다.

◇ 5년 전 문제, 중견건설사 사이에선 여전히 '횡행'

이같은 문제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횡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천검단 공동주택용지 추첨 결과 AB 20-1블록은 제일건설 계열사가, AB 20-2블록은 중흥건설이 당첨됐다. 20-1블록의 경쟁률은 263대 1, 20-2블록은 268대 1이었다.

이 중에서도 적지 않은 숫자가 중복됐다. 제일건설은 창암종합건설·제일종합건설·에버종합건설, 중흥건설은 중흥토건·중봉건설·중흥개발 등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간의 악습대로 유령 계열사를 입찰에 동원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08~2018년 LH가 분양한 아파트 용지(473개) 중 30%(142개)가 중흥건설(47개)과 제일풍경채(11개) 등 5개 건설사에 돌아갔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건설사(7827개)의 0.06%가 신도시·택지지구의 아파트 용지 30%를 가져간 것이다.

정부는 페이퍼컴퍼니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기존에 주택건설사업 등록만 하면 참여가 가능했던 자격 조건을 2017년부터 주택건설사업 등록과 함께 3년간 300가구 이상의 준공 실적,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확인해 주는 시공능력 확인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견 건설사 계열사들이 건설 호황기 이후 LH의 입찰 조건을 맞추면서 현행 방식도 무용지물이 됐다.

국토부는 이를 보완해 토지 공급계약 2년 이후에도 공급가격 이하로 전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부도 등 합리적 사유를 제외하고 소유권 이전등기 이전까지는 전매할 수 없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상반기 내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벌떼 입찰'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이 아닌 이상 대기업집단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에 계열사 참여 자체를 줄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라며 "'벌떼 입찰' 방식으로 토지를 매입하면 소비자들은 품질 좋은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부실시공과 품질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특별자치시 보람동 3-2생활권 H1블록에 위치한 '세종 대방디엠시티 상업시설' [사진=대방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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