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 기로에 선 오프라인 유통①] '온라인 약진·코로나·족쇄 정책' 삼중고…사면초가 놓인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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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0-04-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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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 패러다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한 전환

  • 코로나 사태, 총선 악재까지 마주한 오프라인 유통 업체…기존 방식 고수로 위기 내몰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다. 이대로라면 살아남기 어렵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가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이 완연한 하향세에 접어든 것에 대해 인식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우려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발언이다.

문제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앞으로도 뾰족한 활로를 모색하기에는 현재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유통을 둘러싼 변수가 하나같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중대한 사안들인 탓이다.

◆ 온라인 대응 미비…예고된 참사

업계가 일괄적으로 지적하는 대목은 롯데를 비롯한 기존 대형 유통사들의 온라인 대응이 미비했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유통 시장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변화했는데, 이들 유통사는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 결과 이 같은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연결기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8.3% 감소한 4279억원을 거뒀다. 대형마트 사업 비중이 높은 이마트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7.4% 줄어든 1507억원에 그쳤다. 현대백화점도 마트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작년 영업이익이 2922억원으로 같은 기간 18.1% 감소했다.

유통 산업은 기본적으로 다른 산업 대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색채를 강하게 띈다. 어느 산업보다도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고, 이에 따른 활발한 교류를 통해 다양한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는 기업은 빠른 속도로 도태되기 마련이다.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보다 훨씬 접근이 쉽고, 가격도 저렴한 태생적 장점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상품의 질이 떨어지고 선택의 폭이 좁다는 단점이 부각됐으나, 이 문제도 빠른 시일 내로 해결됐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보다 다양한 상품 구성, 프로모션 등을 통해 빠르게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나갔다. 반면 기존 유통사들은 이 같은 소비자들을 살펴보기보다는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출점 경쟁으로 상호 출혈을 일으켰다. 혁신적 콘텐츠를 만드는데 소홀했던 셈이다.

그간 대형 유통업계가 크고 작은 위기에 항상 직면해 왔지만, 이번 위기는 오프라인 산업의 존망을 흔들 정도로 위협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무엇보다 이미 유통업계의 무게 추가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기울어져 있어, 오프라인 업계가 이를 극복할 만한 혁신적인 반전 카드를 내밀지 않는 이상 다시금 주도권을 탈환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코로나19로 약점 더욱 부각

최근 유통 업계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요인은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이커머스 부상이 기존 유통사를 서서히 침몰시켰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야말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단점을 빠르게 한꺼풀씩 벗겨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두드러진 생활 패턴의 변화는 바로 '비대면(언택트·Untact)' 문화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물품을 주문하는 언택트 문화는 젊은 수요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과 코로나 사태 전까지 50대 이상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는 이들 중장년 수요층까지 폭넓게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오프라인 업계는 그야말로 코로나19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매장 방문에 대한 불안감에 고객이 급감했고, 확진자라도 다녀간 점포의 경우 1~2일 폐점되는 조치까지 더해지는 등 막심한 물리적 피해를 입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유통 업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 수요층 확보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점포는 점차 고정 수요층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코로나 문제가 종식된다 해도 온라인으로 이동한 수요층이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온라인 시장과 차별화될 수 있는 콘텐츠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 오프라인 성장 가로막는 족쇄 정책도 여전

최근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업계가 '4·15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점도 불운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선거철에 대형 유통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정치인들은 없다.

유통 시장 전체를 관통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이 법은 유통 산업의 진흥과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위해 제정됐지만, 대형 유통사들에게는 사실상의 악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마트를 비롯한 대규모 점포,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은 모두 이 법에 따라 영업시간 및 출점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복합 쇼핑몰 입지 및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일을 지정으로 하는 공약들이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차원의 공약들이지만, 일각에서는 온라인 시장에 대한 규제 없이 대형 마트를 겨냥한 전면적 규제는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표심만 고려하지 않고, 복합 쇼핑몰 규제에 따라 유통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돼야 한다. 유통 산업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휘둘려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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