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동성 공급책 먹힐까···앞으로 남은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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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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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9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면서도 유동성 공급 정책을 추가적으로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아직 활용하지 않은 정책 수단에 쏠린다.

특히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상황이 원활하지 않은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에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아직 기준금리 인하 여력을 남기고 있어 정책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와 관련한 경기 위축이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정책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활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 한은은 지난달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전격 인하한 이후 과감한 유동성 공급 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달 26일부터는 사상 처음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해당 조치에 대해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은의 조치로 금융시장이 상당 부분 안정을 찾고 있다. 지난달 1300원에 근접할 만큼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1220원 수준에서 마감했다. 한때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일부 증권사도 한은의 유동성 공급 조치 덕에 파국을 모면했다.

문제는 이같이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을 활용했음에도 금융시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회사채·CP 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 탓에 상당수 여신전문사가 자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만약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된다면, 한은은 최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던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과 국고채 매입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조치가 시행되면 여전사 등도 자금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극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회사채·CP 시장이 이 같은 간접적 조치로 회복될지 미지수다. 올해 2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8조9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연말까지 감안하면 20조6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CP는 2분기 중 11조4000억원 등 연내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채와 CP 전체를 감안하면, 만기도래분 규모는 36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얼어붙은 투자심리 탓에 좀처럼 회사채·CP를 발행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이달 회사채·CP 시장에서 대규모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들린다.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직접 나서 회사채 등을 매입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회사채 직접 매입은 한은법의 제약이 있다며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점도 한은의 회사채 직접 매입을 가로막는 요소다.

다만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한은은 다시 한 차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0% 수준으로 낮췄기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실효하한도 0.5% 수준으로 조정됐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현재 0.75% 수준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정도 한 차례 더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역시 꾸준히 금리 정책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혀오고 있다. 이 총재는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상황에 맞춰서 금리 정책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올해 상반기까지 경기 상황을 살핀 다음 한은이 금리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경제 지표가 심각하게 악화될 경우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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