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근무시간 특정 안된 정수기 수리기사도 주휴수당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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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3-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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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이 특정되지 않은 노동자라고 해도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합의12부(김용두 부장판사)는 A씨 등 퇴직한 정수기 수리기사 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총 1억78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특정기업에 종속돼 근무해온 정수기 수리기사들은 형식상 용역계약이 체결돼 있었다는 점 때문에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지급되야 할 수당이 없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퇴직을 할 때에도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A씨 등 수리기사들은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냈고 수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퇴직금 소송에서 승소한 이들은 뒤이어 회사를 상대로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임금과 수당, 연체이자를 달라며 추가소송을 냈고 1심에서 또다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과정에서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수행 시간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과 성과에 초점이 맞춰지는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A씨 등의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근무시간 특정이 어려우니 통상임금도 산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에 맞춘 수당도 지급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특히, 회사 측은 ‘포괄 임금계약을 맺었다'며 설령 정수기 수리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한다고 해도 추가로 지급할 수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등이 고객 방문 시간에 맞추기 위해 대체로 오전 8시30분 이전에 출근했다”며 “회사가 요구한 하루 평균 업무량을 맞추려면 오후 4시 이후 퇴근할 수 있었으리라는 점 등을 근거로 하루 8시간을 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포괄임금 여부에 대해서도 “포괄 임금계약을 맺었다고 하면 근로자들이 수당을 전적으로 포기하게 된 것” 인데 “그렇다고 이를 상쇄할 이익이 부여됐다고 볼 수 없어”고 포괄임금 계약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주휴수당과 연차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을 산정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동자 측 소송대리인인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들도 근로자성만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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