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업계는 호황인데…기사들은 건강 사각지대 내몰린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충범 기자
입력 2020-03-16 15:2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택배 물량 폭증

  • 업체 종사자 대면 접촉 빈도 늘고, 노동 강도 더욱 세져

[사진=쿠팡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셜커머스 및 택배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회사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택배 기사나 배송 노동자들은 점점 건강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택근무 확산, 개학 연기 등에 따른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폭증하면서, 업체 종사자들의 대면 접촉 빈도가 늘고 노동 강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에 따르면 국내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 소속 비정규직 배송 노동자 김모씨(46)가 지난 12일 새벽 경기 안산시 소재 한 빌라 건물에서 쓰려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근처에 있던 쿠팡 동료는 회사 지시에 따라 김씨의 마지막 배송지를 찾아가 빌라 4층과 5층 사이에 있는 그를 발견했다. 김씨는 사망 당시 입사 4주 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사망한 김씨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육을 받고 있었으며, 일반 직원의 50% 정도 업무만 소화하고 있었다. 교육 기간은 3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일단 유족을 위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물량이 급증해 직원들의 업무도 과중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물량은 일반인이 배송을 신청해 자신의 차량으로 배달하는 일용직 '쿠팡 플렉스' 인력을 3배가량 늘려 유연하게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망한 김씨가 좋지 못한 여건에서 근무했다며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빌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주변 동료들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배송을 위해 1시간 동안 20가구를 들러야 했다. 이는 신입 직원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배송량"이라며 "빠른 시일 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배송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점도 문제다. 이들은 업무 특성상 현장 최일선에서 대면 접촉을 피하기 어려운데, 배송 폭증으로 점점 접촉 빈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택배업체 기사 이모씨(44)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는 물건을 경비실에 맡기거나, 집 앞에 놓는 등의 비대면 배달 방식을 권하고 있지만, 직접 물건을 받겠다는 손님들도 상당수"라며 "특히 지역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배달을 나갈 때면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택배 기사 정모씨(42)는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나 높은 지대에 위치한 주택의 경우, 마스크를 쓰고 있어 체력 소모가 더욱 심하다"라고 토로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이 같은 비대면 소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극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배달 종사자들을 위한 안전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