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겨냥해 OPEC 뭉치나...불붙는 유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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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3-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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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동맹 UAE도 4월부터 100만 배럴 증산 계획

  • 쿠웨이트·이라크는 사우디 따라 원유수출가격 인하

  • OPEC+ 공조 막 내리자 러시아 겨냥한 OPEC 공세↑

글로벌 산유국 간 원유시장 패권을 둘러싼 유가전쟁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도 증산 계획을 알리면서 참전을 선언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종주국인 사우디와 세계 3대 산유국 러시아가 중심이 된 석유카르텔 OPEC+의 공조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린 가운데, OPEC 회원국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최대 동맹이자 OPEC 회원국인 UAE의 국영 석유회사 ADNOC는 이르면 4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30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로 33%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최대 500만 배럴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능력을 증강하겠다고도 했다.

같은 날 앞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역시 생산능력을 하루 1300만 배럴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공급을 예고한 바 있다. 4월부터 하루 산유량을 현재 970만 배럴에서 최대 생산용량인 1230만 배럴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시장에 공급을 더 늘릴 수 있도록 생산능력도 확충하겠다는 것.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유가전쟁에서 사우디와 아랍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겨냥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우디가 지난주 OPEC+ 감산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를 상대로 유가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OPEC 회원국들이 사우디를 따라 증산과 가격인하에 잇따라 나서면서 공동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우디를 위시한 OPEC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비OPEC 산유국들은 2016년 OPEC+를 결성해, 감산합의와 합의연장으로 국제유가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지난주 러시아가 사우디의 추가감산 제안을 거부하면서 3년 넘게 이어지던 OPEC+ 공조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후 사우디는 원유 수출가격을 낮추고 증산을 발표하며 러시아에 공세를 시작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사우디를 따라 원유 수출가격을 끌어내렸고, UAE는 증산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US뱅크자산운용의 롭 하워스 선임 투자전략가는 "OPEC이 가격 안정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로 골대를 옮겼다"면서 "이제 관건은 누가 먼저 항복을 선언하느냐"라고 짚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10일 “러시아가 산유량을 단기적으로 하루 20~30만 배럴 더 늘릴 수 있으며, 이후 최대 일일 50만 배럴 증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루 전에는 러시아 재무부가 저유가에 6~10년 버틸 수 있는 재원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간 유가전쟁의 유탄은 미국 셰일업계로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 셰일업체들의 원유 생산단가는 이들 산유국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가가 크게 떨어지면 미국 셰일업체들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유가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약 25% 폭락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를 하고 국내외 에너지시장 상황을 논의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셰일업계 보호를 위해 사우디에 증산 자제를 요청했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그렇다면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고 증산을 강행한 셈이다. 세계 원유시장 3대 거인 미국, 사우디, 러시아의 경제적·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번 유가전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지만 사우디는 이를 부인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OPEC+ 회의에서 불거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물밑 논의를 벌인 일이 없으며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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