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위험하길래"...시장 역풍 부른 연준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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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3-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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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파격적인 0.5%p 금리인하, 경기둔화 공포 부채질

  • '전염병 공급 충격 통화정책으로는 해결 못해' 의구심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급 금리인하 처방이 시장에서 역풍을 맞았다. 경제 둔화를 억제하고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취지였지만,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한 공포가 되레 커졌다.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통화 정책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다시 커졌다. 

이날 연준은 이례적으로 정례회의가 아닌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1.00-1.25%까지 단번에 0.5%포인트 파격 인하하는 깜짝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17~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선제적으로 고강도 처방에 나선 것이다. 연준이 긴급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의 깜짝 처방에 미국 증시는 즉각 환호했지만 분위기는 금세 불안으로 반전됐다. 금리인하는 가계와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증시에 호재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어떻길래 연준이 이렇게 파격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느냐는 불안이 빠르게 번졌다. 마켓워치는 연준의 파격이 되레 투자자들에게 미국 경제에 앞으로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고 하방 리스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풀이했다.

영향력 있는 투자 전문가이자 CNBC 매드머니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이날 "연준이 경제 위험을 인정한 점은 훌륭하다. 그렇지만 (연준의 조치는) 그 위험이 내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느낌을 준다"며 "나는 지금 불안하다. 전보다 훨씬 불안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기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에 통화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오랜 의구심도 반영됐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이 문을 닫고 인적·물적 이동이 제한되는 등 '공급 충격' 우려가 큰 상황에서 '수요 충격' 완화를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앞서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그 효과는 기껏해야 시장에 불안을 다소 가라앉히고 정부 정책입안자들이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어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전염병에 따른 경제 충격은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린시플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시마 샤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금리인하는 텅 빈 매대를 채우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공급이 수요를 떠받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있으나 마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글로벌 주요 7개국(G7)은 코로나19에 대응해 구체적인 공조 정책을 제시하지는 못한 채 원론적인 입장만을 재차 내놓았다. G7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잠재적 충격을 감안해 우리는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고, 하방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모든 적절한 정책 수단을 다 사용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회계기업 RSM US의 조지프 브루셀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당국자들이 코로나19 대책을 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통화정책은 공급 충격을 처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올해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날 다우지수는 785.91포인트(2.9%) 추락한 2만5917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가 2.8%, 나스닥지수가 2.99% 각각 곤두박질쳤다. 

두려움에 질린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려갔다. 금값이 3% 넘게 뛰었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역대 처음으로 1% 아래로 붕괴됐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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