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WHO '팬데믹' 선언 왜 미루나…"아직은 봉쇄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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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2-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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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경차단, 격리 등 조처 필요하다는 견해

  • CDC·FDA "코로나19 팬데믹 가능성 높아"

지구촌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그리스, 북마케도니아, 노르웨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4개국의 첫 확진자 모두 이탈리아에 체류한 적이 있거나 이탈리아인과 직접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지 약 두달 만에 세계 6개 대륙 모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감염자의 범위가 퍼지면서 공포감도 함께 번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WHO가 세계보건비상사태를 뒤늦게 선포한 것처럼 이번에도 사태 판단에 한발 늦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WHO는 효율적인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아직은 '팬데믹'이라는 단어 사용을 미루고 있다는 입장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미국 공영라디오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 전화 인터뷰에서 "팬데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두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확산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팬데믹'을 선언할 경우 오히려 더 큰 공포감만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금은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감염 예방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WHO가 팬데믹 선언을 망설이는 다른 이유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각국의 정책 혼란 방지를 꼽는다. 26일 영국 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는 WHO가 팬데믹을 선언할 경우 여러 국가가 '봉쇄(containment)'를 멈추고 '완화(mitigation)'로 전염병 대응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봉쇄'는 감염자 추적이나 국가 입국 금지, 격리 등 질병 확산 초반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처다. 반면 '완화'는 봉쇄 조처가 실효성이 없을 때 휴교령을 내리거나 집단 행사 등을 취소해 감염 속도를 늦추는 정책이다. 즉, '봉쇄'가 의미 없어질 정도로 병이 확산한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전 세계가 감염병 전파 자체를 막기보다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관리를 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셈이다. 그러나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팬데믹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봉쇄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은 '봉쇄'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WHO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일각에서는 팬데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앞서 CDC는 "코로나19가 전염 시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사람 간 전염이 계속되고 있어 '팬데믹' 일부 요건을 충족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WHO의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 규약에 따르면 팬데믹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경우 △사건이 이례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경우 △국가 간 전파위험이 큰 경우 △국제무역이나 교통을 제한할 위험이 큰 경우 WHO 사무총장이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선포할 수 있다.

FDA 역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는 코로나19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소의 피터 마크스 소장은 "모든 면에서 우리가 팬데믹으로 가는 정점에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건 1928년 스페인 독감 때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멕시코에서 시작한 신종플루는 이후 미국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약 80개국까지 확산했다. 200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는 163만225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만9633명에 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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