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간판 갈이] ②최장수 정당, 英 보수당 186년…韓 3∼4년 마다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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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0-02-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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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 유지한 한나라당 최장수 정당....정치권의 잦은 정당명 변경

  • 전문가 "전근대적·후진적 정치 문화...해결책, 제도 개선·정치 참여"

선거철만 되면 보수 진영이든 진보 진영이든 가릴 것 없이 정당 간 통합하거나 당명을 바꾸고 선거에 나서는 일은 우리나라 정치권에선 흔한 일이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해 두드러진 우리나라 정치만이 가진 문화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당의 잦은 간판 갈이는 정당 정치의 약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진보, 총선마다 새 간판...21대 총선, 사상 첫 같은 정당명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직전 총선과 최초로 같은 당명을 사용한다. 그간 민주당 계보에 속한 진보 정당은 87년 체제 이후 지난 총선 때마다 간판을 갈았다.

1988년 13대 총선 때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평화민주당(평민당)을 만들었다. 4년 뒤에는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그해 대선에서 패배한 DJ는 정계은퇴 후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김 전 대통령과 그의 직계 정치세력을 의미하는 동교동계가 창당한 정당이다.      

2000년 총선 직전에는 새천년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며 재창당했다. 2002년 16대 대선이 끝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필두로 민주당의 영남과 소장파, 호남 세력들이 새천년민주당의 쇄신을 주장했다. 이는 호남색이 강해 보이는 새천년민주당으로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명분이었다.

이후 이들은 2003년 11월 11일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노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의 바람을 타고 영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승리하면서 초기 예상을 훌쩍 넘은 152석의 거대 여당이 됐다.

과반 의석 확보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바닥을 치자,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다. 대선 참패 후 이들은 다시 통합민주당 간판으로 18대 총선을 치렀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은 18대 총선에서 81석을 얻어 참패했다.

이후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민주당은 2011년 12월 11일 전당대회를 거쳐 야권통합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혁신과통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야권 통합을 하고 민주통합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기대며 과반을 낙관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 127석에 그쳤다. 민주통합당은 그해 대선에서도 패하자, 당명을 다시 민주당으로 개정했다.

친노(친노무현)계의 2선 후퇴 후 민주당은 2014년 3월 26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합쳐져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다.

하지만 이질적인 두 그룹의 만남은 2년도 안 돼 파국을 맞는다. 친노계와 비노(비노무현)계 갈등 끝에 안철수-김한길 계는 국민의당, 천정배계는 국민회의 등으로 갈라졌다.

이후 잔류파들은 2015년 12월에 당명 개정에 착수했고 같은 달 28일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민주당이 현재의 당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더불어민주당]

◆보수, 한나라당 14년이 최장수 기록...변경 주기 짧아져

미래통합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정당은 진보 정당보다는 비교적 정당명을 오래 유지한 편이지만, 변화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추세다.

87년 체제 이후 보수정당의 대표 간판은 민주정의당이었다. 13대 총선에서 6공화국의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은 25석을 얻는 데에 그쳤다. 여소야대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1990년 3당 합당에 나선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신민주공화당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JP와 결별한 민자당은 14대 총선에서 과반(149석)을 내줬다. 15대 총선에서는 민주자유당이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꿔 선거에 나섰으나 139석을 얻어 또다시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1997년 15대 대선을 1달 앞두고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여당인 신한국당의 지지가 폭락했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선 후보는 신한국당의 당명을 한나라당으로 변경, 15대 대선에 나선다. 

탄핵 국면에서 치른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2012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변경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가 벌어지고 국회는 234표의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분당이 일어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뉘었다. 이후 바른정당은 창당 1년여만인 2018년 2월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됐다.

한국당은 21대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2020년 2월 17일 한국당을 중심으로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등 범보수 정당이 모여 미래통합당을 창당했다. 

◆전문가 "인물 중심적 구조가 원인...시스템 지배로 나아가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당의 명칭 변경이 잦은 이유로 '인물중심적 정당 구조'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3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정당들이 자꾸만 이름을 바꾸는 것은 정당들이 아직도 인물중심의 정당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전근대적 정치 문화"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인물의 부침에 따라 정당의 운명도 자주 희비가 가려진다"며 "인물의 정치 생명에 따라 정당이 있었다가 없어졌다가 반복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도 "창피스러울 정도로 후진적인 문화"라며 "인물중심적 지배에서 벗어나 시스템적 지배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한 근본 해결책으로 제도개선과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꼽았다.

이 평론가는 "당 대표가 누가 되든 상관없이 당은 정치 철학을 갖고 꾸준히 오랫동안 지지세력을 갖고 유지되도록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평론가는 "제도화를 못 시킨 정치권의 잘못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정당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의 책임도 존재한다"며 "국민이 정당에 참여해 당의 주인 행세를 하면 인물 중심의 이합집산 현상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미래통합당 핑크 수건을 펼치며 합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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