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의 시대 열리나] ② 영화, 음악을 넘어 게임, 소설로 향하고 있는 구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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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2-1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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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독 서비스, 영화·음악 등 단기(Short Term) 콘텐츠에서 게임·독서 등 장기(Long Term) 콘텐츠로 확대

  • 구독 서비스 늘어나면서 주요 콘텐츠 구매·남은 콘텐츠 구독 경향 확대 전망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구독의 시대가 온 것은 아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음악 등에선 구독이 일상화되었지만, 게임과 소설(독서)은 여전히 구독이 낯설다. 독서는 아날로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라도 여전히 소유 또는 임대(비용을 치르고 잠깐 특정 콘텐츠의 사용 권한을 얻는 것)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개별 콘텐츠를 즐기는데 필요한 시간이 긴 것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저작권이다.

게임의 경우 콘텐츠를 즐기는데 필요한 시간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보다 월등하게 길다. 짧게는 20~30시간 길게는 100~200시간 씩 필요한 경우가 많다. 남들과 겨루는 멀티플레이까지 포함하면 즐기는데 필요한 시간이 한없이 늘어난다. (물론 6시간 내로 끝나는 돈 값 못하는 게임도 가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폭삭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즐기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사용자들은 게임 콘텐츠를 구독하기 보다는 구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여기고 있다.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전달받는 디지털 콘텐츠의 시대가 열렸음에도 이러한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게임 구독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하지만 구독 서비스의 손길은 이제 게임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요 게임 업체들이 속속 게임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7년 선보인 '엑스박스 게임패스' 등이 게임 구독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독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저작권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기 쉽지 않았다. 책과 만화를 만든 출판사한테 콘텐츠 저작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에게 저작권이 있기 때문. 수 많은 출판사와 작가들을 만나 일일이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구독용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독서 콘텐츠도 구매 위주에서 구독 위주로의 전환이 이미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의 '킨들 언리미티드'다. 킨들 언리미티드는 월 10달러의 가격에 수백만권의 소설과 교양 서적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서비스다. 소설에 질세라 만화 업계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만화 업체 마블과 DC는 '마블 언리미티드'와 'DC 올 액세스'라는 만화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정 금액만 내면 자신들이 출간한 모든 만화를 제한없이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DC와 마블의 경우 작가가 아닌 회사가 콘텐츠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카도카와 쇼텐 같은 일본의 만화 콘텐츠 업체들과 달리 손쉽게 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예스24 북클럽, 교보문고 SAM 등 다양한 독서 구독 서비스가 등장해 성업 중이다. 특히 지난해 구독자수 100만명을 달성한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는 전체 이용자의 77%가 2030세대일 정도로 젊은 층의 수요를 적절히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리디북스도 2018년 리디셀렉트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2030세대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는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고 구독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구독의 시대가 왔어도 구매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앞에서 구독의 시대가 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꺼내든 효용 이론과 연관이 있다.

만족이란 매우 주관적인 감정이다. 누군가는 콘텐츠를 구독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지만, 다른 누군가는 콘텐츠를 구매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소유란 만족을 주는데 가장 중요한 행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를 구매할 수는 없다. 때문에 자신에게 매우 큰 만족을 준 일부 콘텐츠만 구매하고 나머지 콘텐츠는 효율을 위해 구독 서비스를 통해 즐기는 모습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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