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 개인정보보호법①] 얼굴 인식, 촉망 받는 '신기술'과 무관심 속 '빅브라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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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서 인턴기자
입력 2020-02-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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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이 곧 열쇠가 되는 사회... 얼굴 인식 기술의 빛과 그림자

  • 얼굴 인식 기술, 어디부터 개인 정보 침해인가

‘대학시절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 다시 돌아와 당신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A Facebook photo from the end of college could come back to haunt you. Mashable, 2020.01.19.)

 

[페이스북 얼굴 인식 태그 화면 ]


◇ 나도 모르게 사용되는 '얼굴 인식 기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 사법당국에서 얼굴 이미지만 확보해도 이름과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프트웨어를 생산한 미국 신생 기업 ‘클리어뷰 AI (Clearview AI)’는 미국 FBI 등 600여곳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클리어뷰 소프트웨어 안면인식 서비스는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 등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을 통해 30억개가 넘는 이미지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사진 한 장으로도 즉시 신원 파악이 가능한 원리다. 알게 모르게 업로드된 사진들은 얼굴 인식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

방대한 데이터와 발전한 기술로 인해 얼굴의 두드러진 요소로만 인식할 수 있었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에는 ‘클리어뷰AI’ 같이 성(性), 감정 상태, 인종 등 얼굴에 나타난 모든 것을 종합 분석하는 얼굴 인식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신원을 넘어 감정까지 기업과 정부에 의해 관리·통제 받는 사회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빅브라더’를 연상케 한다.

지난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 미국에서도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확산됐다. 미국 정부 내에 설치된 프라이버시 시민 자유 감시위원회(PCLOB)는 “얼굴 인식 기술의 급속하고 무질서한 사용은 귀중한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가져온다”며 정부에 해당 기술 사용 금지를 요구했다.

2018년 5월 세기의 결혼이라고 불린 영국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배우 매건 마클의 결혼식에서 얼굴 인식 시스템을 가동했다. 참석한 하객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결혼식장에 아마존의 얼굴 인식 기능 머신러닝 플랫폼 ‘아마존 레코그니션(Amazon Recognition)’을 설치한 것이다.

이 당시에도 세계 언론은 얼굴 인식 시스템의 빠른 보편화를 우려했다.

◇ '무엇을' 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
 

[사진=BBC뉴스 캡쳐]


중국은 얼굴 인식 기술 분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SenseTime(商湯科技), MEGVII(曠視科技), CloudWalk(雲從科技), Yitu(依圖科技)등 세계적인 얼굴 인식 기술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13억 인구 얼굴 인식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범죄자 추적 시 사용하고 있다. 2019년 1월 중국 상하이의 한 고속도로에서 17년 전 애인을 살해하고 도주한 살인범이 얼굴 인식 카메라에 찍혀 긴급체포된 사례가 있다.

선전과 상하이 등 도시에서는 횡단보도 앞에 안면인식 전광판을 설치해 무단횡단을 막고 있다. 무단횡단시 감시 카메라에 찍히면 얼굴 인식 기술로 파악한 무단횡단자의 신원과 얼굴을 전광판과 인터넷에 공개한다. 사진을 삭제하려면 벌금을 내거나 20분 동안 교통경찰을 도와야 한다. 이로 인해 하루 평균 무단횡단 위반건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편리하고 안전한 사회에 일조하는 얼굴 인식 기술이 매번 뜨거운 논란에 오르는 이유는 편리함만큼이나 남용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얼굴 인식과 같은 생체 인식 정보는 특정한 개인만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징표이기 때문에 보안장치로서 활용 빈도가 높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생체 인식 기술은 윤리적 문제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이를 정보화 시스템을 통해 활용하게 되면 사생활 침해의 문제까지 야기된다. 심층적 보안장치로 활용한 생체 정보가 되려 개인 정보 보호의 심각한 허점이 될 수 있다. 작년 하반기 홍콩 경찰이 중국 공안의 얼굴 인식 기술로 시위자를 색출하고 감시해 논란이 일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약국에서 항정신성 물질을 함유한 의약품 구매 시 신원 확인을 위해 얼굴 인식을 허용했는데 지난달 17일 월스트리트 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 수천 명의 얼굴 인식 데이터베이스가 유출됐다. 지난달 21일 뉴욕타임스는 중국 안후이성 쑤저우시가 ‘비(非)문명화 행위 근절’ 명목으로 잠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7명 시민 사진과 그들의 신상 정보를 전면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얼굴 인식 서비스는 중국 내에서도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비난 여론이 우세하다.

◇ 기술의 섣부른 보편화... 개인정보 침해 우려

얼굴 인식 기술은 개인정보와 인권 침해 문제 뿐만 아니라 인식 오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8년 ‘아마존 레코그니션’이 미국 상·하원 의원 28명의 얼굴을 범죄자로 잘못 식별했다. 당시 미국의 비영리 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는 “미국 전체 상·하원 의원의 사진을 레코그니션에 입력해 2만 5000여명의 범죄자와 대조했더니 의원 28명을 범죄자로 식별했다”고 밝혔다. 또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 등으로 얼굴이 달라진 경우에 시스템상 이미지를 재등록해야 한다.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법(CCPA)를 비롯해 몇몇 주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긴 하지만 미국은 개인 정보 침해 관련한 연방법이 아직까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 정보란 생존하는 개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직업, 주소, 전화번호 따위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자료다.

얼굴 인식 생체 정보를 포함한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움직임은 유럽(EU)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공공장소에서의 안면 인식 기술 사용 일시적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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