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방중...'수교 초심' 강조하는 中 "실질적 조치 취해야"

  • 관영매체 "수교 초심...양국관계 안정적·장기적 발전"

  • 中, 李 대중정책 관망세 "전략적 자주성 강화해야"

  • 특사단, '서열 3위' 자오러지 등 면담 예정…習 못만날듯

 대통령 특사단장인 박병석 전 국회의장왼쪽이 24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친서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대통령 특사단장인 박병석 전 국회의장(왼쪽)이 24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친서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한중 수교 33주년을 맞이한 24일 중국 특사단이 중국을 찾아 3박 4일간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이 수교 초심으로 돌아가야 양국 관계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실용외교'를 표방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 정부보다는 미중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하고는 있지만, 한중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수교 초심 돌아가야...양국 관계 안정적·장기적 발전"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5일자 사평에서 “33년 전, 중한 양국의 전 세대 지도자들은 이념적 차이를 넘어 수교의 중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려 동북아 냉전의 얼음을 깨뜨리고 동아시아 통합 과정의 시작을 위한 조건을 마련했다”며 “한국의 새 정부가 정치적 지혜와 전략적 선견지명을 보여주고 수교 초심으로 돌아가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평은 “중국과 한국의 사회 제도와 발전 상황이 다르며, 몇 가지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핵심은 양측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항상 존중해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중한 관계는 양측의 공동 이익에 기반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며, 어떤 제3자를 겨냥하거나 견제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사평은 “전략적으로 자주적인 한국만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으며,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 속에서 더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사평은 윤석열 정부 시기 한중관계가 수교 이래 침체기에 빠진 것은 한국 외교정책의 뚜렷한 전환 때문이라고 짚었다. 사평은 “당시 한국의 외교 정책은 지역 문제와 중국 핵심이익과 관련한 일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이전 정부와 다른 입장을 취해 양국 간의 정치적 신뢰가 심각하게 침식되고 양국 관계가 냉각됐다”며 “그 근원을 따져보면, 외부 세력의 구조적 영향도 있고, 한국 측의 대중국 인식의 편차도 있다”고 짚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도 전날 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중관계는 발전 개선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며 양국이 수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양측이 수교 당시 초심을 지키고 우호의 방향을 견지하며 공동 이익을 확대해 국민 정서를 개선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함으로써 중한 관계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대표로 하는 특사단은 이날 왕이 부장에게 한중관계 발전 방향에 관한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원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시 주석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일정 조율 끝에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이 만나는 중국 최고위급 인사는 국가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각각 당선과 취임을 맞아 방중했던 특사단이 시 주석을 접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이 낮아졌다.
 
李 외교정책 관망하는 中 "한중관계 실질적 조치 취해야"

중국 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방문기간 중국에 특사단을 파견한 것은 미중일 강대국과의 관계 균형을 유지하려는 실용외교를 보여주지만, 한중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샹하오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서 "한국이 미중간 줄타기 전략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은 33년 전 수교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중국의 발전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고 전략적 자주성을 강화하며, 전략적 신뢰 강화와 인적 교류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와 같은 민감한 현안에 신중히 대처하고, 국내 극우 세력의 반중(反中) 공작을 억제하며, 중국과의 경제·무역·문화 교류를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한국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하지만 중한 관계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중국이 여전히 관찰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왕쥔성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 글로벌 전략연구소 연구원은 13일 상하이 인터넷 매체 상관을 통해 한중 관계 발전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중국과 협력하여 미중 관계를 평등하게 처리하고, 중한 관계를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 다루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미·한일·한중 관계의 균형을 맞추려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도 나왔다. 왕쥔성 연구원은  “명확한 핵심 노선과 기본 원칙이 부족하다”, “한국의 외교 정책이 여전히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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