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증원 논란] 업계 떠나는 회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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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02-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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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업 회계사' 34.8%··· 응시인원도 지속 감소

  • "증원이 해결책 아니다"

지난달 6일 '공인회계사증원반대모임' 소속 회계사들이 금융위의 2020년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증가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공인회계사를 늘릴 방침이지만, 정작 많은 회계사들이 본업인 감사 업무를 포기하고 있다. 업무 환경과 복지 체계 등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되레 회계사 증원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회계사들의 의견이다. 

◆본업 포기한 회계사

12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공인회계사 2만1444명 중 ‘휴업 회계사’는 34.8%인 7472명이다. 휴업 회계사는 자격증을 취득한 뒤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 들어가 회계감사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일반 직장에 취업한 경우를 의미한다.

휴업 회계사 비중은 10년 전인 2009년 9월 말 30.5%에서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회계사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해 치러진 54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응시자 수는 8513명으로 전년보다 265명(3.0%) 감소했다.

2016년 9246명이던 1차 시험 응시자 수는 2017년(9073명), 2018년(8779명)을 거쳐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올해 2월 치러질 55회 공인회계사 시험의 경우 1차 시험에 1만874명이 접수하며 응시자 숫자도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개정 외부감사법(외감법) 시행과 최소 선발인원을 1100명으로 늘린다는 금융당국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인원이 늘어난다고 회계감사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 근무 이력을 살려 3~4년차에 대기업 등으로 이직하거나, 처음부터 자격증만 취득하고 회계 감사와 관계없는 일반 직장에 취직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봉은 비슷하고 업무 강도는 낮기 때문에 휴업 회계사 비율도 증가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증원이 악순환 초래 

특히 젊은 회계사들을 중심으로 증원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증원을 하더라도 현장 의견을 반영해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인회계사 증원반대모임은 "무분별한 증원은 숙련 회계사의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 감사 업무에 필요한 인력은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높은 연차의 회계사인데, 이런 회계사들의 보수가 적절히 상향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업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험 많은 회계사들이 계속해서 업계를 떠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황병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 투명성 제고와 업계 업무 환경 개선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선발인력 증원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감사 업무에는 1~2년차가 아닌 최소 5~8년차 인력이 필요한데 업무 환경 개선 없이 선발 인력만 늘리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인력 양성을 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황병찬 회장은 "200~300명을 뽑아도 100명, 150명씩 업계를 떠나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의사결정 과정도 불투명했고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필요한 일이라면 함께 논의하고 타당한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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