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경영권 분쟁... 역할 커진 '델타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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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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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인트벤처 효과로 실적 선방... 내달 소액주주 선택 주목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그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의 회사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면서, ‘제1우군’ 델타항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보여줄 카드를 다 내놓은 두 남매의 경쟁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율 자체만 놓고 보면 KCGI(17.29%)가 델타항공(10.00%)에 한참 앞서고 있으나, 향후 파괴력은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아 소액주주들이 주목하는 분위기다.

◆델타항공·대한항공 조인트벤처 소액주주 모으는 데 긍정적 역할
9일 업계에 따르면 9일 업계에 따르면 스티브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이 조만간 한국을 방한해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협력 상황과 현안 등을 논의한다. 

시어 사장의 방한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명목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협력 상황과 현안 등 양사의 협력사안 논의이지만, 업계에서는 시어 사장의 방문 자체로 조 회장이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하는 양측 세력 중 실제 항공사를 운영하고 대한항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은 델타항공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델타항공을 중심으로 하는 조 회장 측(33.45%)과 KCGI를 핵심으로 하는 조 전 부사장 세력(31.98%)의 한진칼 지분율은 비등비등하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이번 남매 간 다툼의 승패는 소액주주 선택이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세력이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KCGI보다 델타항공이 우군으로서 파괴력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실적이 대표적인 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일본의 도발, 환율 상승 등 대내외 악재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000억원대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도발, 최저임금 인상과 환율 상승 등 대내외 악재에서도 흑자를 냈다”며 “지난해 여객부문에서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효과에 따른 환승수요 증가, 미주‧아시아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악재로 인해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델타항공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양사는 2018년 5월 조인트벤처 본격 가동 이후 대한항공의 아시아 지역 80개 노선과 델타항공의 미주 290개 노선을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상태다.

한진칼은 지난 7일 열린 이사회에서 내놓은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과 핵심 사업 경쟁력 확보 방안’에도 델타항공 등 주요 항공사와 조인트벤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인트벤처 확대,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휴 등 국내외 사업파트와 협력의 폭을 넓혀 간다는 방침이다. 시어 사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명분 잃은 KCGI, 조현아 경영권 확보 오히려 걸림돌로
KCGI는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명분에서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들은 2018년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회사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꼽았다. 특히 조 전 부사장 등의 도덕성 문제가 선결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KCGI는 조 전 부사장과 손잡으면서 명분을 잃게 됐다.

게다가 조 회장을 끌어내린다고 해도 조 전 부사장과 또다시 갈등을 일으켜 그룹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양측은 최근 공동입장문을 통해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제도’를 도입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한진그룹의 비주력사업인 호텔 사업 매각 등에 대해서는 조 전 부사장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애정을 보이고 있지만, KCGI는 매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같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경쟁은 향후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그룹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측은 한진칼 기업 가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한항공 정상화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라며 “이제 관건은 기타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 싸움”이라고 말했다.


 

[사진 = 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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