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 관련법, 어떻게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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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수, 조아라 기자
입력 2020-02-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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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 공개...정보공개 권리 명시

  • 부족한 음압병실은 늘리고 병상 간 거리 확보까지...의료 환경 개선

  • 건강 상태 질문지부터 발열 체크까지 까다로워진 입국 절차

  • 신종 코로나 이후 개정법률안 속속 등장

전 세계를 '낙타 공포'에 몰아넣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5년이 지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바이러스 공포가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세계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은 메르스로 한국에서만 18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음압병실, 확진자의 이동경로 등 문제가 지적되자 법 개정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의료법, 감염병 예방법, 검역법 등 다양한 법 개정안이 쏟아졌고, 이 중 일부 법안은 개정됐다.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으면서 개정된 법안이 확산을 얼마나 막고 있는지, 어떤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지 등을 되짚어봤다.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 공개...투명해진 정보 덕분에 예방 가능해져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초기,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정보의 불투명성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해 환자가 입원한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병원 이윤이 국민 생명보다 중요하냐며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메르스가 의심되는 사람들이 비교적 치료가 빠른 대형병원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원명이 공개되지 않아 시민들이 메르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감염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지난 2015년 7월 '감염병 예방법'이 개정되면서 정보공개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된 6조 2항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따르면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 방법을 알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제24조 2항 '감염병 위기 시 정보공개' 조항에서는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이 신속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 김성훈 변호사는 "감염병 예방법 등 메르스 사태 이후 전면 개정됐다"며 "국가 차원에서 방역 조치, 역학조사 필요성, 법정 감염병 등을 규정하는 여러 법들이 당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정부는 확진환자의 카드 명세 내역 등을 토대로 이동 경로를 파악해 신속하게 공개했다. 여기에는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입원 중인 병원명도 포함했다. 확진환자의 정확한 이동 경로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정확한 상호명부터, 영화관 좌석번호까지 세세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런 정보는 확진환자와 같은 동선으로 움직인 사람들이 스스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방하거나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처럼 법 개정으로 투명한 정보공개가 의무화되자 메르스 때와 달리 병원 방문으로 발생하는 코로나19 전염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족한 음압병실은 늘리고 병상 간 거리 확보까지...의료 환경 개선
 

5일 오전 코로나19 18번 환자가 감염 음압 격리실이 마련된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메르스 당시 비교적 밀집도가 높은 다인실 위주의 의료환경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국내 의료기관이 다인실 위주고, 병상이 밀집돼 있어 감염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할 당시, 확진자는 대부분 병원에서 감염된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한 개의 입원실에 너무 많은 환자가 함께 생활하다 보니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호흡기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음압격리병실 수 역시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해 문제였다. 지난 2015년 당시 의료기관 19개에 준비돼 있는 음압병실은 79개에 불과했다.

이에 국회는 의료법 개정을 해답으로 내놨다. 지난 2017년 2월 공포된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 '의료기관의 시설규격'은 음압병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병상 간 거리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기관에서의 감염을 예방하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시행규칙에 따라 병상이 300개 이상인 종합병원은 전실 및 음압시설 등을 갖춘 1인 병실을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또한 추가 100개 병상당 1개는 반드시 1인실 음압격리병실로 만들어놔야 한다. 음압격리병실, 중환자실을 포함한 병상 간 거리 역시 1.5m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입원 치료가 가능한 국가지정 음압병실은 161개고 병상은 198개다. 메르스 사태 이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300병상 이상을 가지고 있는 의료기관까지 포함하면 총 847병상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던 셈이다.

◆건강 상태 질문지부터 발열 체크까지 까다로워진 입국 절차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만 국한된 바이러스가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했기 때문에 검역법 역시 중요하다.

검역법은 우리나라로 들어오거나 외국으로 나가는 운송 수단, 사람 및 화물을 검역하는 절차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국내외로 감염병이 번지는 것을 방지해서 국민의 건강 유지와 보호를 목표로 한다.

입국자 검역에 관한 모든 단계가 검역법에 근거하고 있어 해외에서 유입하는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촘촘한 검역법 시행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확산 가능성이 높고 감염병이 유행하는 오염지역 인근에 있는 지역을 '오염인근지역'이라고 지정해 검역 관리를 강화하는 법을 신설했다. 이는 지난 2016년 2월에는 검역법에 신설돼 시행 중이다.

현재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중국 본토 이외 지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 환자가 늘고 있다. 7일 기준 일본에서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25명이다. 태국은 25명, 싱가포르는 30명으로 동남아시아국도 신종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지 못하다.

해당 국가들을 이 지역을 오염인근지역으로 지정해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염인근지역으로 지정되면 입국할 때 건강 상태 질문서나 발열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검역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해당 국가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국가를 오염인근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다소 모호한 오염인근지역 지정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한 검역 절차도 까다롭게 해 해외에서 입국하는 확진자를 격리하고 있다.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총 3단계의 별도 검역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우선 발열과 호흡기에 이상 증상이 있는지를 묻는 건강 상태 질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특별검역 신고서에는 중국 후베이성 체류 여부를 밝히는 질문과 국내 체류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을 묻는다.

건강상태 질문지와 특별검역 신고서는 자율에 맡긴 자진신고와 비슷한 형태와 달리 실제 검역도 이뤄진다. 열 감지 카메라로 승객의 체온을 실시간 확인해 발열 여부를 파악하고,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신종 코로나 이후 속속 등장하는 개정법률안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발생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자 국회는 앞다퉈 해당 법안의 구멍을 채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6개다.

새로운 보수당의 유의동 의원 등 10명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현행법에 규정돼있는 제4급감염병에 신종 코로나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령에서는 신종 코로나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감염병 관리 조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검역법에 포함돼있는 검역감염병에는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 외국에서 발생해 국내로 들어올 우려가 있거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해 외국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보건복지부장관이 긴급 검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해 고시하는 감염병도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감염병 관리 조치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자유한국당의 원유철 의원 등 12명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해의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유치원생, 초등학교 학생,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상으로 마스크 배포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육군·해군·공군 소속 부대의 장이 소독 등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무상 마스크 배포 조치에 관한 규정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되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더불어민주당 허윤정 의원 등 12명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의료기관에 접수하는 단계에서 1차적으로 방문 환자의 여행 이력 정보 등을 필수적으로 확인하거나 환자 진료 및 의약품 처방 단계와 약사의 의약품 조제 단계에서 여행 이력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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