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세 대결 돌입 조원태 32.68% vs 조현아 32.06%... '소액주주 캐스팅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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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1-3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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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아 “한진그룹 위기상황... 현재 경영진 개선할 수 없어”

  • 숫자는 비슷... “명분 조원태 회장 있어”

경영권을 둔 한진가(家) 남매의 불협화음이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유훈을 이어가길 바랐던 대내외 관계자들의 기대와 달리 결국 외부 세력과 손잡고 세 대결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연초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지주사 한진칼의 주주총회는 지저분한 싸움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조현아 “한진그룹 위기상황... 현재 경영진 개선할 수 없어”
31일 법무법인 태평양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명의의 3자 공동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그것이 현재의 경영진에 의하여는 개선될 수 없다”며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달린 3월 주총을 앞두고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결국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선제공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전 부사장의 ‘반란’이 공식화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앞서 그는 “아버지 조 선대회장의 뜻을 어기고 자신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며 조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후 KCGI, 반도건설 등과 수차례 만나며, 힘을 합칠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왔다. 결정적으로 핵심세력인 KCGI도 지난 21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조 회장이 자신의 총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진그룹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의 임직원들까지 동원하는 전근대적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조 전 부사장의 지원 사격에 나섰다. 조 회장이 최근 대한항공 임원을 포함해 직원 여러 명을 한진칼로 파견시킨 데 대한 견제라는 해석이다.

조 회장은 그 사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과 만나며 사태를 진화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셈이다. 이번 주총에서 조 전 부사장과 힘 대결로 경영권 문제의 갈음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숫자는 비슷... “명분 조원태 회장 있어”
일단 숫자로 따지면 남매의 세는 비등비등하다. 우선 공격에 나선 조 전 부사장 연합의 한진칼 지분(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 전 부사장 6.49%)은 총 32.06%다.

이를 방어해야 하는 조 회장은 자신을 포함해 우군의 지분까지 합쳐 32.68%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 회장(6.52%), 델타항공(10.00%),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 고문(5.31%), 한진 관계자(3.38%), 카카오(1.00%)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서 이 고문과 조 전무의 이름이 빠졌다는 것은 조 회장 측에 손을 들어줬다는 의미”라며 “선친 때부터 델타항공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만큼 이들도 조 회장의 힘이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쥐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4.11%)도 있지만, 기관 특성상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화될 경우 무게추가 조 회장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우선 명분과 여론만 따지면 조 전 부사장이 설 자리가 없다. 그가 공동전선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대표로 나서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이른바 ‘땅콩회항’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일으킨 전력으로 인해 그룹 내에 공식 자리가 없다. 여러 차례 복귀를 시도했으나 반대 여론이 들끓으면서 무산된 바 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조 전 부사장에 손을 들어주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사실 KCGI도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꾸준히 반대해온 세력 중에 하나다.

임직원들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앞서 성명서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을 나락으로 추락시킨 장본인”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노조와 여론 등이 동조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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