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공약 구합니다] ②유권자 정책 접근성 차단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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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0-01-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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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벤트식 공약 발표…공약을 선거 도구로만 생각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재탕·삼탕 공약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로 ‘이벤트에 치중된 정치권의 선거 풍토’를 꼽았다.

‘이벤트식’의 순차적 공약 발표가 오히려 유권자의 정책 접근성을 차단, 공약에 대한 무관심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하는 ‘계약서’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고 선거용 도구로만 여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30일 본지 통화에서 “유권자들이 공약에 접근하지 못하게 순차적으로 공약을 발표한다. 선거 공약을 선거도구로만 생각하고 무형의 계약서라고는 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금은 정치권의 일정대로 공약을 발표한다. 유권자의 일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갑을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 고용계약서라는 개념으로 공약집을 내놓고, 유권자들이 고용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이벤트식 정책 발표로는 공약에 소요되는 재원 등 전체적인 그림을 유권자가 파악할 수 없게 한다는 얘기다.

전체 공약에 필요한 예산이나, 입법 계획 등을 제시, 유권자들이 실현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달리 국회의원 선거에선 공약 추진 계획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공직선거법 66조는 ‘선거공약서에는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상을 대통령 선거와 지자체장 선거로만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것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문의 법제화를 추진했던 이 사무총장은 “당시 우리가 그 법안을 제안했는데 (정치권에서) 국회의원을 빼주면 통과시켜주겠다고 했다. 정책으로 선거를 하려면 품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엇을 해주겠다’는 선심성 공약이 아닌 ‘입법’ 공약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국회의 권한이 입법권, 국정감사권, 예산심사권인데, 어떤 후보나 정당도 입법에 관계된 공약이 없다”며 “세탁기가 필요한데 냉장고가 세탁기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주는 게’ 아니라 ‘책임 있게 해결’하는 공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약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출마자들의 전과 기록 같은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지금도 공개하게 돼 있지만 유권자들이 신경을 안 쓰면 잘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는 후보자가 많이 늘어날 수도 있다. 후보자 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게 일반국민이 투표하는 데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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