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27일 만에 첫 출근...임원 선임절차 개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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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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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불신ㆍ인사지연 등 과제 '첩첩산중'…노사, 6대 공동선언 합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매듭지으면서 29일 본점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를 시작한다. 지난 3일 취임 후 27일 만의 첫 출근으로, 은행장이 출근저지를 당한 금융권 최장 기록이다.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지만, 경영공백이 길었던 윤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윤 행장의 출근을 저지해 온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분회장 긴급 총회를 열고 윤 행장에 대한 출근저지 집회 종료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윤 행장을 둘러싼 노조와 정부 간 갈등은 윤 행장이 취임한 이후 26일 만에 일단락됐다.

갈등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유감을 표명하며 극적으로 매듭지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은행장 임명 과정에서 소통과 협의가 부족했고, (한국노총과의 낙하산 근절 등 정책) 협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민주당을 대표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날 노조와 당정은 은행연합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 원내대표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짓자는 데 뜻을 모았다. 당정에서는 윤 행장과 이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와 당정은 행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절차를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마련했다.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전환 직원의 정원통합 △직무급제 도입 시 노조와의 협의 진행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행원 휴직 및 휴가 확대 등의 내용도 담았다.
 

[자료=기업은행 노동조합]


노조와 당정이 각각 한발씩 물러난 것은 갈등이 이어질수록 여론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노조는 청와대의 '공식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정부와 여당은 노조의 사과 요구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갈등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국내 중소기업이 지게 되고, 여기에 노조와 당정 모두에 책임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간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 집무실로 출근한 윤 행장은 29일 오전 서울 본점에서 취임식을 갖고 정상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윤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적지 않다. 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9년 만에 외부 출신 인사가 취임한 데 대한 내부 불만을 가라앉혀야 한다. 지난 20일 임기를 끝낸 임상현 전무이사 후임 인사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실상 기업은행의 '2인자'인 전무는 기업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서 '낙하산 인사' 오명을 씻을 경영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영업 추진 동력을 올리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아직 연간 및 반기 실적목표를 지점에 부여하지 못한 상황이다.

윤 행장은 지난달 27일 임기를 마친 김도진 전 행장의 후임으로 이달 3일 선임됐다. 1960년생인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거쳐 지난해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동기면서 행정고시 27회 동기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오른쪽)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노사 공동선언 합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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